장자(莊子), 혼돈칠규(混沌七竅) 김의천  (Homepage) 2024-04-22(월) 09:38:40, 8966

서기前 4세기,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사상가 장자(莊子)의 《장자》 <응제왕(應帝王)> 편에 나오는 퍽 흥미로운 에피소드; 제목: 혼돈에 일곱 구멍 (혼돈칠규ㆍ混沌七竅) "  남쪽 바다의 임금을 숙(儵)이라 하고, 북쪽 바다의 임금을 홀(忽)이라 하고, 그 중앙의 임금을 혼돈(混沌)이라고 했다. 어느날, 숙과 홀이 혼돈을 찾아갔더니 혼돈의 대접이 융숭했다. 숙과 홀은 고맙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둘은 보답하려고 꾀를 냈다. "사람에게는 7개의 구멍이 있어, 그것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는데, 혼돈은 그게 없지 않나? 그러니 구멍을 뚫어주는 게 어때?" 둘은 하루에 구멍을 하나씩 뚫기 시작했다. 7일이 지나자 혼돈은 그만 죽어버렸다....." 성리학(性理學) 이데올로기 국가였던 조선 代에도 유교에 적대적이었던 《장자》가 의외로 널리 읽혔던 듯하다. 신하들이 재정을 넉넉히 하자면서 은광(銀鑛)의 개발을 선조에게 건의하자, 선조(宣祖, 14대, 재위;1567 ~ 1608)가 이런 말을 했다. "....혼돈(混沌)을 파서 구멍을 내면 혼돈이 죽고, 은혈(銀穴)을 뚫으면 인심이 죽는다." 라고 말하며 신하들의 건의를 기각(棄却)했다. 선조의 ‘기각’에 대한 역사가들의 평은 이러하다;    사람이 자연에 지나치게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지 않아야 한다고    선조는 말하고 있다.    더하여, 은과 같이 가치가 높은 물건에 매달리면 농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농사를 지을 마음이 사라질 우려가 있어 인심이 죽는다는 것이다. 동인과 서인 간의 당쟁을 은근히 부추겨 가면서 오직 자신의 권력 유지에만 몰두했던, 천하의 '잔머리', 선조도 이렇게 스마트 할 때도 있었나 보다. 뱀다리: ".....서양에서는 혼돈을 '카오스(chaos)'라 하여 보통 부정적 의미로 쓴다; 질서가 생기기 이전의 무질서 상태로 보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동양에서는, 특히 도가(道家)에서는; 혼돈이 모든 것의 근원, 모든 가능성의 총체(總體)로서 긍정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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