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 김동희  (Homepage) 2006-09-26(화) 01:05:09, 14964

학급 전체적인 출결상황이 지난 번 합의를 계기로 조금씩 나아지는 듯 하더니, 오늘은 4명이 감기몸살 및 병원진료의 이유로 병조퇴하고, 무려 5명이 5교시에 무단조퇴를 하였다. 결국 조퇴인원이 9명에 달하였으니, 학급붕괴의 위기감마저 든다. 학급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학급담임으로써 이런 상황을 지켜보기가 괴롭다. 하지만 어찌하지 못하고 있으니 더욱 마음이 쓰리다. "학교 충실히 다니자"는 권유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아이들을 위해 있다기 보다는,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때부터 누적된 학업결손, 학업에 흥미와 관심, 의욕 없음, 50분 강의식 수업 견뎌내기 어려워하는 주의력결핍, 정서불안. 학교 생활의 90% 차지하는 수업시간이 아프리카 말 듣는 지경이니, 갑갑해서 미칠 지경인 것 같다. 그래서 틈을 노리고 나름대로 그 시간을 즐길 행동들을(만화책, 판타지 보기, 휴대폰 만지작 거리기, 짝지와 빙고하기, 잡담하기) 할 때면, 어김없이 교과선생님으로부터 부정적인 시선과 말씀 혹은 체벌을 받아야되고,,, 끝내는 수업 시간에 엎드리고 마는 아이들. 어차피 학교에 있으면 자는 것 뿐이고, 배우는 것 없는데, 조퇴하고 어떤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 나로서도 헷갈린다. 생활기록부 출결란에 체크된다는 통제수단도 극복한 아이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을 방치해선 안되겠기에,, 설득할 논리를 만든다. 1. 그래도 노력하면 배우는 것이 생긴다. 2. 학교생활 못 견뎌내면, 나중에 어떻게 군대나 직장에 적응하겠냐! 3. 나 하나 갑갑하다고 뛰쳐나가기 시작하면 학급분위기가 어떻게 되겠냐! 지울 수 없는 헛헛함. 변죽을 울리는 말. 그러다가 너무 안달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아이들이 지금 현 학교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합리화한다. 그래 답이 없어 갑갑할 때는 그렇게 회피해버리자! 정신분열증에 걸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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