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새겨지는 길 정일근  (Homepage) 2012-06-12(화) 07:02:52, 4354

사람과 사람 사이에 길이 있습니다. 우리는 무심히 오고 가지만 길은 실핏줄처럼 이어지고 있습니다. 길은 우리와 함께 살아 있는 생명체입니다. 살아 있는 생명이기에 길에도 피가 흐르고 생로병사가 있습니다. 새로 태어나는 길도 있고 죽어 가는 길도 있습니다. 걷다 보면 뜨거운 길도 있고 생각에 잠기는 길도 있습니다. 무엇이 길을 만드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는지요. ‘경주 남산’을 한참 오르내릴 때입니다. 산길에서 한번쯤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풍경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찾아 나서면 어김없이 길이 나 있습니다. 그 길들은 또 어김없이 남산 돌부처들에게로 이어집니다.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렇구나. 마음이 길을 만드는구나. 그 마음의 길들, 천년 전에도 지금도 싱싱하게 살아 있는 길입니다. 길이 상처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사람이 지구라는 별에 가장 길게 새긴 길은 ‘실크로드-비단길’일 것입니다. 산맥을 넘고 초원을 지나고 사막을 건너 아시아의 내륙을 지나가는 길입니다. 하늘에서 보아도 길게, 선명하게 이어지는 비단길이겠지만 사람과 짐승의 발자국이 만든 땅의 긴 상처로 읽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만들어지는 길을 생각합니다. 그 길은 신생의 길이어야 합니다. 첫새벽, 이슬이 맺힌 길이어야 합니다. 한없이 설레고 영원히 가슴 두근두근 뛰는 길이어야 합니다. 사랑의 길도 돌아서면 상처가 되는 세태에서 마음이 만들고 마음에 새겨지는 영원한 길 하나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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