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 웬지 ⇒ 왠지 김정식  (Homepage) 2015-12-29(화) 19:20:12, 7863

우연찮게   “우연찮게 만난 사람”, “우연찮은 기회” 등의 말을 더러 쓰고   있는데, 이들은 “우연하게 만난 사람”, “우연한 기회”로 고쳐 쓸 말이다.   ‘우연(偶然)하다’는 ‘뜻밖의 일이 저절로 이루어져 공교롭다.’란 뜻이고 ‘우연찮다’는 ‘우연하지 아니하다.’의 준말이므로 서로 반대의 뜻이 되는데, 그것도 모르고 ‘우연하다’를 쓸 자리에 ‘우연찮다’를 쓰고 있다.   “비밀이 우연찮게 드러났다.”라고 하면 비밀이 아무 근거도 없이 저절로 드러난 것이 아니라, 어떤 근거가 될 만한 필연적인 암시를 제공했기 때문에 드러났다는 뜻이 된다. 이런 말들은 그 말뜻을 정확하게 알아 상황에 맞게 써야 할 것이다.        웬지 ⇒ 왠지   “왠지 모르게 가슴이 텅 빈 듯하다.”란 말에서, ‘왠지’를 거의 모두가 ‘웬지’로 잘못 쓰고들 있다. ‘왠지’와 ‘웬지’는 평소 대화 속에서도 발음의 구별이 힘들다. 발음의 혼란이 심하다 보니, 글 속에서도 틀리게 쓰는 경우를 자주 본다.                                                    “왜 떠나십니까?”, “왠지 눈물이 흐릅니다.”에 쓰인 ‘왜, 왠지’는 ‘무슨 까닭으로’, 또는 ‘어째서’란 뜻을 가진 말이다. ‘왠지’는 ‘왜 그런지’의 ‘그러’가 준 ‘왜+ㄴ지’로 볼 수 있다. ‘왜냐 하면’은 ‘왜 그러냐 하면’의 준말이고, ‘왠고 하면’은 ‘왜 그런고 하면’의 준말이므로, ‘왠지’도 이렇게 처리하는 것이 일관성이 있게 된다.      ‘웬’은 본디 ‘어떠한, 어찌된’이란 뜻을 가진 관형사이다. 그래서 ‘웬 떡’, ‘웬 사람’ 들에서는 ‘웬’을 띄어 쓴다. 그런데 ‘웬일, 웬걸, 웬셈’ 들은 합성어이므로 붙여 쓴다. 따라서, ‘어찌된 일이냐?’, ‘어떠한 일이냐?’의 뜻으로 쓸 때는 “웬일이냐?”로 써야 옳다. “왠일이냐?” 하고 말하면 ‘무슨 까닭+일’이라는 우스운 표현이 되기 때문이다.   ‘웬지’를 ‘웬일인지’의 준말인 줄 알고 쓰고 있으나, 이 말은 어법으로나 의미로 보아서 있을 수 없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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