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다’와 ‘담그다’ / ‘당기다’와 ‘끌다’ 김정식  (Homepage) 2016-10-25(화) 06:06:51, 7256

‘담다’와 ‘담그다’      김치․술․식혜․간장 같은 것을 만들 때 그 원료에 물을 부어 익힌다는 뜻의 말로 ‘담다’와 ‘담그다’가 혼용되고 있으나, ‘담그다’가 표준어다. “김장을 담는다.”나 “장 담을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하는 말들은 방언으로 바른 말이 아니다. ‘김치 담는 법’이 아니라 ‘김치 담그는 법’이 옳고, ‘장 담궈요’가 아니라 ‘장 담가요’가 옳다.   ‘담다’는 “쌀을 자루에 담았다.”, “불을 화로에 담는다.”처럼 ‘물건을 그릇 안에 넣다.’란 뜻으로, 또는 “갯마을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시 속에 애틋한 정서가 담겨 있다.”처럼 그림이나 글, 말, 표정 속에 어떤 내용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이에 대해 ‘담그다’는 “포도로 술을 담근다.”, “열무로 김치를 담갔다.”, “메주로 간장을 담가 서울로 보냈다.” 따위에서 보듯이, 연결형 ‘-아’와 연결될 때 ‘으’가 탈락되어 ‘담가/담가서/담갔다/담그니/담그오’와 같이 쓴다.   ‘담그다’는 이 밖에도 “끓는 물에 컵을 담근다.”와 같이 ‘다시 꺼내기로 하고 액체 속에 넣어 두다.’란 뜻과 “새우젓을 담근다.”와 같이 ‘갈치나 조기같이 물고기에 소금을 쳐서 젓갈을 만든다.’는 의미로 쓰인다.       ‘당기다’와 ‘끌다’   “나는 힘을 주어 밧줄을 당겼다.”에서 ‘당기다’를 더러 ‘끌다’로 바꾸어 쓰기도 한다. 이는 ‘끌다’와 ‘당기다’가 원래의 자리에서 이동하게 한다는 ‘견인’이란 공통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양상은 사뭇 다르다.    ‘당기다’는 “나는 자신도 모르게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에서 보듯이, ‘견인’의 중심점이 제시되어 있고, 그것이 주체나 화자의 쪽으로 견인한 것이어서, ‘끌다’로 바꿀 수는 없다.   이에 대해 ‘끌다’는 “그는 삽을 질질 끌고 징검다리를 건넜다.”에서처럼 단순한 ‘견인’의 뜻이므로, ‘당기다’로 바꿀 수 없다.    또 ‘당기다’와 ‘끌다’는 상황에 따라 반대의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시간을 끌다.”는 예정된 시간보다 늘어남을 뜻하며, “시간을 당기다.”는 예정 시간보다 줄어듦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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