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와 ‘쥐다’ 김정식  (Homepage) 2020-08-31(월) 10:48:48, 5689

“순이가 나의 옷자락을 살며시 잡는다.”, “토끼의 꼬리를 잽싸게 잡았다.” 따위에 쓰인 ‘잡다’는 ‘쥐다’로 바꿔 써도 의미로 보아 큰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 이것은 이 두 말이 ‘손으로 대상물을 붙들다.’란 뜻을 공통으로 지닌 유의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아오는 공을 외야수가 잡았다.”, “경찰이 불량배를 잡았다.”, “치솟는 물가를 잡았다.” 들에 쓰인 ‘잡다’는 ‘쥐다’로 쓸 수 없다. 이 경우 ‘잡다’는 ‘손 전체를 사용하여 대상물을 붙들다.’란 기본 의미 외에 ‘완전하고 확실한 붙듦, 목적있는 붙듦’이란 뜻으로 유도된다. ‘자리, 시간, 균형, 마음, 초안, 고기, 붓, 핸들, 담보, 택시, 불길, 흉, 트집, 흠, 탈, 갈피, 주름, 교편’ 따위의 말에는 ‘잡다’를 써야 자연스럽다.     이에 대해 ‘쥐다’는 “지폐 한 장을 손에 쥐고……”, “인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번 장사에서 돈을 조금 쥐게 되었다.”에서 보듯, ‘손가락만을 사용한 부분적인 붙듦’이란 기본 의미에서 ‘불완전한 붙듦, 수단적 붙듦’ 들의 의미가 유도된다.      이 두 말을 같은 자리에 써 보면, 더 쉽게 구별된다. “손으로 매미를 잡았다.”는 손 전체를 사용해 매미를 포획하는데 대해, “손으로 매미를 쥐었다.”는 손가락으로써 매미를 붙드는 것을 가리킨다. 또 ‘정권, 권력, 세력’ 같은 말에 ‘잡다’를 쓰면 그 자체를 완전히 장악함을 나타내고, ‘쥐다’를 쓰면 국가 통치나 지위 굳히기를 위한 수단으로 붙들고 있음을 나타낸다.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틀리다’와 ‘다르다’ / ‘한창’과 ‘한참’
다음글 :	◉으시대다 ⇒ 으스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