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다’와 ‘솟다’ 김정식  (Homepage) 2021-02-25(목) 05:42:11, 5721

‘돋다’와 ‘솟다’   “검버섯이 솟은 얼굴”, “나뭇가지에서 새 순이 솟는다.”에 쓰인 ‘솟다’는 ‘돋다’로 바꿔 써야 한다. 또 “우뚝히 돋은 건물”의 ‘돋은’은 ‘솟은’으로 써야 자연스럽다.   ‘돋다’와 ‘솟다’는 ‘없던 것이 드러남, 기준점에서 올라옴’이란 개념을 지닌 유의어이지만, 그 기본 의미는 뚜렷이 다르다. ‘돋다’는 “날개야, 다시 돋아라.”, “우울했던 얼굴에 화색이 돋는다.”에서 보듯, 내부에서 외부로 드러나지만 상승 자질은 없다.    이에 반해 ‘솟다’는 “공장 굴뚝이 높이 솟아 있었다.”, “분수에서 물이 솟아나고 있었다.”에서 보듯, 아래에서 위로 상승하는 자질을 지닌다. 그러므로 상승 지향의 접두사 ‘치-’가 붙은 ‘치솟다’나 ‘오르다’와 결합한 ‘솟아오르다’ 등의 말은 쓰이지만, ‘치돋다’나 ‘돋아오르다’란 말은 성립될 수 없다.    때로는 ‘돋다’와 ‘솟다’가 같은 자리에 쓰이기도 하지만, 그 뜻은 다르다. “고목 밑둥에서 줄기가 돋았다.”는 내부적인 생명력으로 줄기가 외부로 드러났다는 뜻임에 비해, “줄기가 솟았다.”는 다른 대상과 비교하여 올라온 줄기의 높이를 시각적으로 인식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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