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로소이다 김정식  (Homepage) 2012-06-20(수) 06:38:22, 7014

“그가 수석 합격한 것은 열심히 노력한 탓이다.”, “홍보를 많이 한 탓으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따위의 말을 자주 듣는데, 이는 모두 잘못된 말이다.   ‘탓’이란 말은 “찬 음식을 많이 먹은 탓으로 배가 아팠다.”처럼 ‘일이 그릇된 원인’이나 ‘잘못된 까닭’이란 뜻으로 쓰이고, “제 잘못은 모르고 조상 탓만 하다니….”에서처럼 ‘잘못된 것을 원망하는 짓’, ‘핑계나 구실로 삼는 일’이란 뜻으로 쓰인다. 잘못된 일이 생길 때, 남의 핑계를 내세우지 말고 자신부터 반성하라는 뜻이 담긴 구절 <내 탓이로소이다.> 하는 말이 그 좋은 보기이다.       사건의 원인이 좋거나 나쁘거나 간에 중립적인 관점에서 두루 쓰이는 말로는 ‘때문’이나 ‘까닭’이 있다. 그러므로 앞의 말은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홍보를 많이 한 때문으로….”로 씀이 좋을 것이다.   ‘사건의 원인’을 뜻하는 또 다른 말로 “그 기계 덕분으로 농사도 수월하게 되었다.”, “덕분에 잘 지냅니다.” 등에 쓰는 ‘덕분’이 있다. ‘남에게 어질고 고마운 것을 베푸는 일’이란 사전의 풀이처럼 ‘덕분’은 좋은 결과를 보일 때 쓰는 말이다.   이렇게 각 낱말은 그 낱말이 지닌 의미 자질에 따라 특정한 어휘만을 받아들이는데, 이를 「의미상의 선택 제한」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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