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이 이야기 - 퀴즈놀이 김민서  (Homepage) 2010-08-28(토) 23:01:27, 124466

심심한 토요일, 이것저것 하면서 놀던 민이가 퀴즈놀이를 하자고 한다. 녀석이 내는 문제란 것은 문제랄 것도 없는 것들이지만 어려운 척, 잘 생각안나는 척 하면서 놀아준다. 가령 "나는 동물이예요. 나는 목이 아주아주 길어요. 나는 무엇일까요?" "나는 색깔이 없어요. 냄새도 없고 모양도 없어요. 마실 수 있어요. 무엇일까요?" 이런 식이다. 내 차례가 되어 비슷한 수준으로 문제를 내준다. "나는 모양도 없고 색깔도 없어요. 몸으로 느낄 수가 있어요. 따뜻할 때도 있고 시원할 때도, 차가울 때도 있어요. 무엇일까요?" "나는 콩으로 만들어요. 색깔이 검어요. 민이가 좋아하는 두부나 만두를 먹을 때 필요해요. 무엇일까요?" 간혹 얼토당토 않는 문제를 서로 내고 같이 낄낄대고 웃기도 한다. "미국사람들은 땅콩이라 부르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추라고 불러요.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어요. 아주아주 소중해요. 힌트, 사람몸에 있어요. 무엇일까요?" 뭐 이러고 노는 것이다. 그러다가 뭉클한 순간도 만나게 된다. 내가 문제를 내었다. "민이가 좋아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낮에는 필요없는데 민이는 낮에도 책볼 때나 공부할 때는 필요하다고 해요. 이게 없으면 세상이 깜깜해요. 나는 무엇일까요?" 그랬더니 민이 대답, "엄마' 그 대답을 듣고 나는 '땡'이라고도 '딩동댕'이라고도 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 없으면 세상이 깜깜해지는 것이 엄마란 존재란 말인가. 아, 그리고 내가 엄마였단 말인가.

최영도		짠해옵니다. 작은 놀이에서도 감동을 나눌 수 있는 민서님의 세상보는 눈이 부럽습니다!	2010-09-01 10: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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