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의 전공은 풍속화가 아니다. 김남훈  (Homepage) 2007-11-13(화) 21:23:32, 144165

조선일보 11월 12일자 기사 중에 <천재의 손도 때론 실수를 한다.>라는 제목의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김홍도의 풍속화 중 널리 알려진 ‘씨름도’의 그림 중에 오른쪽 아래 부분에 등장하는 사람의 왼손과 오른손의 위치가 바뀌어 있는 실수와 또 다른 작품인 ‘춤추는 아이’ 그림에서도 해금을 연주하는 남자의 왼손이 실제 연주할 때의 모습과 다르게 묘사되어 있는 실수를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실수에 대해 오주석은 ‘한국의 미 특강’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해석을 하고 있다. ‘씨름도’나 ‘춤추는 아이’ 같은 그림이 담겨있는 단원의 풍속화첩은 일반 서민용으로 빠르게 척척 그려낸 저가의 대량생산 작품으로, 그림의 실수 역시 모르고 한 실수가 아니라 일반 대중의 흥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 틀린 그림 찾기 같은 조형 놀이를 슬그머니 집어넣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에게 풍속화가로 널리 알려진 김홍도의 작품세계에서 원래 풍속화라는 것이 김홍도의 그림 가운데 최고의 걸작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당시 일반 사람들이 사서 보라고 손쉽게, 아주 빨리 그려낸 값싼 그림이며, 다만 우리 시대의 시각으로 김홍도의 작품 중 풍속화에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 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 김홍도의 작품 중 걸작은 어디에서 찾아야 되는가? 여기에 대해 오주석은 개인적인 취향을 근거로 하여 주상관매도라는 산수화를 소개하고 있다. 위의 그림을 보면 얼핏 중늙은이가 강에 배를 띄우고 약간 취기가 오른 눈으로 매화가 핀 절벽을 올려다 보는 것으로 단순하게 이해할 수도 있지만, 김홍도가 직접 쓴 자작시인 “ 봄물에 배를 띄워 가는 대로 놓았으니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우회 물이로다. 이 중에 늙은 눈에 보이는 꽃은 안개 속인가 하노라.” 의 둘째 구절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우회 물이로다.’라는 구절을 읽고 그림을 보면 선의 농담의 절묘한 조절 속에 위에 배치된 절벽과 매화 그림이 그림 속의 늙은이가 위로 올려다보는 것인지, 아님 뱃전에서 물에 비친 절벽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것인지 그 경계가 참으로 모호하다는 생각을, 그림을 쳐다보면 볼수록 더욱 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김홍도의 화가로서의 천재성이 빛을 발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心像이 반영되어 그려진 이 그림이야 말로 현대 그 어느 추상화가가 그린 그림 못지않은 추상화가 아닐까 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오주석의 한국 전통 회화에 대한 설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고 있거나 놓치고 있었던 우리 그림의 참 맛에 보다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한번쯤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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