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에도 공교육(관학) 진흥은 국가적 과제이었다. 김남훈  (Homepage) 2007-01-06(토) 12:26:55, 145089

최근 모일간지에 실린 칼럼에서 가고 싶은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자는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칼럼의 의도는 아니지만 요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걱정스런 시각으로 확대해석하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꼭 한 학교, 심지어 학교가 아니라 학원에서도 수업을 받고 그 이수시간을 인정해주는 시대가 오게 되고 공교육은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갈등은 처음부터 운명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도화된 교육은 삼국시대부터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만, 사립학교는 서당과 최충의 문헌공도(문종 1055년)가 설립되는 고려시대부터라고 봅니다. 최충의 문헌공도이후 사학은 사학12도가 성립될 정도로 융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학 일변도의 발전에 대해 국가에서는 관학진흥책을 펼치게 됩니다. 바로 국사교과서에 실여있는 양현고, 섬학전, 서적포, 7종의 전문강좌인 7재 등등입니다. 고려 문벌귀족이 득세하고 있던 이 시대에, 일반 평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시행되고 있지 않은 이 시대에 왜 국가에서 사학의 융성을 염려스러운 현상으로 파악하고 대응을 하였을까? 이를 위해  당시 관학이 위축되고 사학이 융성한 이유를 보면 지금과 너무도 유사합니다. 즉, 수요자가 원하는 교육이 관학에서 이루어지지 못하고 사학에서 충족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요자가 원하는 교육의 내용 역시 지금과 마찬가지로 입시를 위한 것입니다. 고려시대의 풍조는 과거가 출세의 중요한 수단이었고 유학의 공부는 그 수단으로 배워졌던 만큼 공허한 관학보다는 실제 효과적인 사학을 택하여 실력을 양성하려 하였던 것이고, 최충 등 사학의 설립자들은 대부분 과거출신자로서 실제 인재를 뽑는 일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학에 학생들이 집중되어 과거를 독점하게 되고 관계진출이 활발하게 되어 인맥을 형성하고 사학은 더욱더 융성하게 되고 관학은 쇠퇴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꼭 부정적인 현상인가? 과거(입시)와 관련하여 학문이 좌우될 경우, 그 폐해에 대해 벌써 많은 선배 학자들이 지적해 놓고 있다. 중국의 한 학자는 “과거교육의 유일한 의의는 시험에 필요한 지식을 주는 데 있고 문장형식의 학습에 치우쳐 있어 진실한 학문은 포기하였다. 이렇게 얻은 학문은 도저히 크게 넓을 수 없고 공허무용한 배움이 아닐 수 없다.”라고 하였고, 조선시대의 실학자인 유형원은 "인심이 흉흉하고 풍속이 경박해지며 공허한 말과 문장이 날로 천박해지는 것은 모두 과거의 폐해이다"라고 비판하였다. 고려시대 관학진흥책을 시행한 대표적인 임금인 예종의 경우 관학진흥의 주요 목적을 인재양성에 두고 있다는 점은 사학의 진흥이 관직의 대물림 현상을 야기하고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입시와 관련된 학원의 융성이 공교육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최근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고, 이런 현실에 대해 다큐멘터리물이 방송에서 제작될 상황까지 연출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너무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나라의 교육전체(대학교육까지 포함)가 입시물결에 휩쓸리고 사교육이 지나치게 팽배해지는 현실은 자칫하면 자생적이고 주체적인 사상과 문화를 양성하지 못하게 되고 외국의 문화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 순식간에 잠식당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개방화되고 세계화되어 있는 이 시대에서는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국가에서는 공교육의 만족스럽지 못한 실태를 비난하기에 앞서, 비정상적인 교육의 흐름을 바로잡기 위해 공교육의 진흥(관학진흥책)을 위한 더욱더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시책을 마련하여 시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며, 그 전례는 벌써 우리 역사 속에서 제공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영도		역사가 이렇게 신선하게 다가온 적이 이전에는 없었습니다. 선생님의 글 읽으면서 지난 시절 동삼에서의 기억에 입가에 미소가 살며시 그렵지는군요. 이번 방학 중 부산 한번 오시면 그 때 친구들이랑 정년하신 전병우 교장선생님한번 뵙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	2007-01-06 12:38:17
김남훈		부족한 글에 댓글까지 써주시고, 감사드립니다. 저도 동삼시절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이번 겨울이 가기 전에 뵐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글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가하는 것을 절감하는 기회였습니다.	2007-01-06 1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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