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픈 이름 김원중  (Homepage) 2012-01-12(목) 16:32:24, 138273

너무 아픈 이름 겨울 밤 이불 당겨주고 일어서는 서늘한 옷자락 먼 고요에 묻혀 멀어지는 발자국 어린 놈 감내해야 할 추억조차 없이 홀연히 스러져간 한없이 쏟아내어도 또 밀려와 꾸역꾸역 쌓이는 실체도 없는 아픔 온종일 속절없이 만드는 북받쳐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이정표 사라진 기차 지날 때 소리 낸 첫울음 실어 보냈던 수십 년 세월 흘러도 감히 담을 수 없어 안으로 안으로만 삼켜야 했던 태고의 인연 언제나 한바탕 꿈이기를 고통 없이 꿈에서 깨어나길 수 만 번도 넘게 빌었던 아무리 아파도 보고 싶다, 그립다 하늘마저 허락지 않아 단 한 번도 소리 내어 부르지 못한 누구에게는 너무 흔히 불리는 누군가와 작별하고 제일 처음 탄식처럼 나올 법도 하건만 애써 누르고 또 눌러 돌아와 불 꺼진 창에서 허우적 손짓하면 이내 먼 곳으로 산산이 허물어져 간 내 들썩이는 등 쓰다듬어 줄 곳에 없어 늘 더 서러웠던, 그래도 잠시라도, 1초만이라도 와 따스한 손길 주고 가길 바랐던 못난 아비 되어 어느 덧 반백(半白)이 되어 막걸리 한 잔에 찾아보건만 여전히 내 부름이 닿지 않는 아득히 먼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미지의 우주보다 몇 곱절 더 넓은 이 세상 어떤 체온보다 따뜻한 평화로 기억에도 없는 어느 날 고이 안았을 젖내음 가득한 품 아무도 만난 적 없는 골목길에서 다섯 살 아이로 만나 두 번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꼭 껴안고 싶은 소리 죽여 나직이 불러보는 너무 아픈 이름

류순금		살다보면 죽어서 곁에 없어도 추억이 남아있다면 그는 죽은이가 아니라 했데요. 붙들 수 있는 추억이라도 있다면 더 바랄것이 없겠네요. 상실의 아픔이 뼈저리게 와닿은 시였습니다. 겨울밤이 더 더디 가고 있네요.	2012-01-16 21: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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