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가(傷時歌) - 이 노래3 김영국  (Homepage) 2020-09-30(수) 19:32:20, 16437

반정(反正)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인조에 대한 백성들의 기대는 자못 컸을 것이다. 선왕 광해군은 폐모살제(廢母殺弟-인목대비 폐비, 영창대군 죽임)의 패륜으로 백성들의 신망을 잃었고, 임진왜란 직후의 어려운 시기에 궁궐 재건 등으로 백성들의 원망이 높은 터였다. 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바뀌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권교체에 성공한 서인들은 논공행상의 잔치를 벌였다. 야밤에 무혈입궁한 터에 자천타천 공신은 차고 넘쳤다. 차려진 밥상에 너도나도 숟가락 하나 둘을 더 얹는 격이었다. 그렇게 하여 계해정사공신은 모두 53명이었다. 조선 개국공신 55명에 버금가는 숫자였다. 동시에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북인들을 숙청하기 시작했다. 수십 명이 처형되고 200여 명을 유배 보냈다. 그들이 살던 저택, 그들의 토지, 그들의 벼슬자리, 그들의 하인들이 다 공신들의 차지가 되었다. 한편에선 비명과 울음이 진동하고, 맞은편에선 희희낙락 웃음꽃이 만발하였다. 웃음 뒤쪽에서는 더 차지하려는 암투 또한 치열했다. 민생은 안중에 없고 그들만의 리그에 열중했던 것이다. 민심이 부글부글하던 차에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은 이등공신 이괄이 난을 일으켰다. 민심을 등에 업은 난은 파죽지세였다. 인조는 즉위하자마자 공주까지 도망을 가야 했다. 간신히 난을 진압하고 축하연을 벌였다. 그런 와중에 민가에는 수상한 노래 하나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인조 즉위 3년에, 시절을 한탄하는 ‘상시가’가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었다. 아, 너희 훈신들아/잘난 척하지 마라 그들의 집에 살고/그들의 토지를 차지하고 그들의 말을 타며/또 다시 그들의 일을 행하니 너희들과 그들이/돌아보건대 무엇이 다른가 명청明淸 교체기에 중립외교로 가까스로 평화를 도모하던 선왕의 정책을 폐기하고 친명으로 선회하였다. 그리하여 두 번의 호란을 겪은 끝에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고 만다. 볼모로 잡혀가 고생하고 돌아온 기특하고 똑똑한 세자를 폐하고 그것도 모자라 독살의 혐의까지 받는다.(참으로 안타까운 대목이다. 서양문물을 일본보다 근 200년 일찍 접할 수 있었는데) 세자빈이었던 며느리도 죽이고 두 친손자마저 죽인다. 돌아보건대 광해군 시절보다 무엇이 더 나아졌는가. 인조반정으로 집권한 서인은 나중에 노론 소론으로 나뉘고 결국 노론이 장기집권하게 된다. 노론은 주자학의 근본주의자 송시열의 엄명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주자학은 완벽하다. 한 글자도 건드리지 말라.’ 이 도그마에 갇혀 조선은 스스로 서서히 시들어간 것이다. 근본주의에 빠진 집단은 결국 제풀에 망하기 마련인 것을 그들은 몰랐던 것이다. 결국 ‘상시가’는 조선조 후기 내내 시들지 않고 유행했다. *뱀발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출범하여 취임 3년 만에 휘청거리고 있는 이 정부를 보고 있노라면 자꾸만 인조반정이 떠오른다. 이들의 공약도 화려했고 국민들의 기대 또한 드높았다. 그 꿈 같은 공약 가운데 오직 하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구현한 것 말고는 이미 다 물 건너간 형국이다. 이들은 무식하고 무능한데다 외골수다. 정의롭지도 않고 뻔뻔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보다 찜찜하고 불길한 것이 있다. 이들은 한참 철 지난 사회주의와 민족주의, 그것도 그것의 근본주의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조선조 노론의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더 딱한 것은 다수의 국민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혹은 열광하며 혹은 묵묵히 이들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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