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강열우  (Homepage) 2008-12-21(일) 10:00:44, 124533

나 잡아 봐라! 용용 죽겠지! 하고 좁은 골목길만 가득하던 집 주위를 한참을 돌다 이윽고 한판 질퍽하게 놀이에 들어간다. 비석치기, 대못박기, 여자아이들 고무줄 끊기, 딱지치기, 말타기. 이렇게 몸을 혹사하다시피 놀다 보면 해가 뉘엿뉘엿 넘어 간다. 어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질 듯하면 냉큼 집으로 들어가 순한 양이 되어 하루의 일과를 마감하던 시절이 우리들 사춘기였다. 아스팔트가 아닌 흙, 단정하지 못한 집이었지만 정과 온기가 있었고 놀이의 도구는 오직 자연뿐이었다. 이런 사춘기 시절을 겪었던 내가 어떻게 우리 아이를 이해하겠는가! 지금의 골목에는 놀이가 사라지고 음산스러움만 가득하며 비석치기 대신 게임방, 말타기 대신에 폭주족 같은 일탈놀이가 사춘기 아이들의 놀이가 되어버렸다. 학교에서 떠밀리고 집에서도 떠밀리고 학원에서는 더 떠밀리는 우리 아이가 사춘기를 어떻게 잘 버틸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해도 사회가 나를 도와줄 성 싶지 않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리는 지금 우리 아이의 사춘기를 나는 '사랑'이라는 대명제로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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