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한 송이 사세요" 강열우  (Homepage) 2008-12-29(월) 08:13:57, 123394

목욕하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평소 밤 늦게 광안리 근처에 있는 목욕탕을 자주 찾는다. 추운 겨울에는 차를 몰고 돌아오는 길에 가끔 트럭에 꽃을 가득 실어 놓고선 꽃을 파는 상인들을 볼 수 있다. 날씨가 너무 추워 손을 비비거나 호호 불며 손님들을 유혹한다. "장미 사세요"하고 외쳐대는 상인의 가게에는 그다지 손님이 없다. "사랑 한 송이 사세요"라고 외쳐대는 바로 그 옆집에는 손님들이 발길을 멈추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장미들을 보며 '사랑'을 사간다. 똑같이 장미를 팔고 있지만 단순한 장미를 파는 것이 아니라 장미의 '가치'를 팔고 있는 것이었다. 부모는 자식에게 사랑을 팔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를 판다, 선생님은 학생에게 존경을 팔며, 학생은 선생님께 순수함을 팔듯이 우리들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파는 것이다. 어린왕자의 저자 생텍쥐페리의 '배를 짓고 싶으면 북소리 둥둥 울려 사람을 모으지 말고 바다로 가고 싶은 욕망을 불러 일으키게 하라'는 말처럼 나도 모르게 사랑 한 송이를 움켜 들고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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