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잠을 속삭이다 송길원  (Homepage) 2020-08-11(화) 06:44:08, 10169

하이패밀리로 들어서는 초입의 카페에 낮게 드리운 아름드리 소나무가 있었다. 지나칠 때마다 ‘참 아름답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최근 주인은 바뀌었고 카페는 새롭게 단장되었다. 문제는 그 아름답던 소나무였다. 방문객 한 분이 술에 취해 내려서다 나무에다 이마를 찧었단다. 새 주인은 당혹스러웠다. 출입문을 바꿀 수도 없고 결국은 소나무를 베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조경업자가 방문하여 상담을 해 주고는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요즘은 소나무 반출도 쉽지 않으니 가까이 있는 하이패밀리가 가져가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인삼도 제 자리에 있지 않으면 잡초에 불과한데... 우리한테 어울리기는 할까 주저했다. 끝내 조경업자의 권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무를 옮겨 심던 날이었다. 인부들 점심을 챙기면서 나무를 시집보내는 카페주인도 점심에 초대했다. 부부가 함께 와서 경내를 돌아보며 나무가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있게 되었다며 좋아 했다. 주인은 우리의 작은 환대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나머지 소나무 4 그루도 마저 가져가란다.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일단 받기로 했는데 옮겨 심는 경비가 만만찮았다. 무려 4백 5십만 원, 정원 조경비까지 해서 5백만 원이었다. 모든 집회는 중단되고 프로그램마저 멈추어 버린 불황(?)의 늪에 5백만 원은 너무 큰 사치였다. 고민이 많았다. ‘죄송하지만 한 그루로 족하다’고 할까? 아니면 다른 데 소개를 해 볼까?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이럴 때 나는 어김없이 불면증 환자가 된다. 나머지 나무를 옮기는 날은 다가왔고 울며 겨자 먹기가 되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조경업자에게 부탁했다. 돈은 아무래도 천천히 받으셔야겠다고. 더구나 경리직원은 지금 휴가 중이었다. 아내한테도 마음을 털어놓지 못한 채 속앓이를 했다. 그 다음 주, 휴가를 끝낸 경리직원이 출근했다. ‘나무 값을 송금해 줘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통장을 정리하던 경리직원이 소리쳤다. “목사님, 손 OO님으로 부터 5백 만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뭔가 집히는 게 있어 송금 받은 날짜를 확인했다. 바로 잠 못 들어 뒤척이던 다음 날이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온 기적, 유진 피터슨이 했던 말 그대로였다. “우리는 잠이 들고 그분은 일하신다.”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나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와 함께 내 품에 안긴 소나무를 떠올리기로 했다. 스코틀랜드 목사 존 베일리(John Baillie)의 고백처럼 ‘잠에 들 때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일어날 것’이다. (본 사진은 작가 이영렬이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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