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영성은 멍하니로 송길원  (Homepage) 2024-03-14(목) 07:05:38, 38361

명상과 요가의 기본은 ‘수행’과 ‘수련’이다. 배우고 익혀야 한다. 멍하니는 요가처럼 사부(師父)를 필요로 하거나 족보와 계보를 따지지 않는다. 일부러 고승(高僧)과 산사(山寺)를 찾지 않아도 된다. 때로 수행과 학습을 위해 인도까지 가야 할 이유도 없다. 시르사 아사나(물구나무자세)나 바카사나(까마귀자세) 등에 목맬 이유는 더더욱 없다. 깊은 명상을 하겠다며 가부좌를 틀기 위해 관절을 꺾지 않아도 된다. 멍하니는 ‘바쁘다 바빠’를 입에 달고 살며 끝없는 일에 치여 어느새 주의력 결핍(ADHD: 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에 빠져들기 쉬운 이들을 위한 ‘일상의 쉼표’다. 멍하니는 명상에서 묻는 질문이 사라진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심각하게 물을 이유가 없다. 몸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된다. 오롯이 마음과 몸에 ‘자유’를 주는 것으로 끝이다. 누구든 잠은 편하게 자고 푹~자면 됐지 폼 잡고 잠들지 않는다. 멍하니가 그렇다. 어린아이가 엄마 품에서 스르르 잠들 듯이 ‘자연스러움’이 답이다. 겉 꾸밀 이유가 없다. 멍하니는 지친 몸과 마음을 안아 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이다. 토닥토닥 내 영혼에 생기를 불어 넣어 주신다. 새 창조다. 우리는 이 위로와 생기로 날마다 새 날을 살 수 있다. 일상의 영성이다. ※ 나는 요즘 ‘그림 멍’에 빠져 있다. ‘5월의 화가’라 불리는 고(故) 박종근 화백의 그림이 딱이다. 그에게는 모든 자연과 어머니가 작품의 소재가 된다. 기억을 단순화시켜 동화 같은 세상을 그려 넣은 화폭에서 한없는 평화와 자유를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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