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성대의 정체는? 송성수  (Homepage) 2015-04-02(목) 09:05:18, 7950

몇 년 전(아마도 2011년)에 <사이언스올> 혹은 <과학동아>에 쓴 글인 것 같습니다. 일독해 보시길 ... ----------------- 첨성대(瞻星臺)는 경주시 반월성 동북쪽에 위치한 신라 중기의 석조 건축물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과학 유산이다. 그것은 1962년에 국보 제31호로 지정된 바 있다. 첨성대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알려져 있지만, 첨성대의 용도가 과연 오늘날과 같은 천문 관측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삼국 시대에 대한 대표적인 역사서인 <삼국사기>는 첨성대에 대해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고 있다. 반면 <삼국유사>에는 “선덕여왕 때 돌을 다듬어 첨성대를 지었다”는 간단한 기록이 있다. <세종실록지리지>는 “첨성대는 633년에 신라 선덕여왕이 지은 것으로 첨성대 가운데 부분이 통해 있어서 사람이 가운데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동국여지승람>은 “사람이 그 가운데로 오르내리며 천문을 관측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1910년에는 일본의 기상학자인 와다 유지(和田雄治)가 첨성대를 현존하는 동양 최고의 천문대라는 평가를 내렸다. 첨성대를 처음으로 제대로 측량해 본 사람은 경주박물관장이었던 홍사준이었다. 그는 1962년에 첨성대의 크기와 모양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첨성대의 높이는 9.1m, 밑지름 4.93m, 윗지름 2.85m이다. 병 모양을 하고 있는 첨성대의 윗부분에는 둥그런 본체 위에 2단으로 된 우물 정(井)자 모양의 돌이 놓여 있고, 아래 부분에도 정사각형의 돌 1단이 있다. 나머지 둥근 부분은 27단으로 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정남향에 가깝게 가로와 세로가 각각 1m 쯤 되는 창이 뚫려 있다. 그 창 아래로 12단, 위로 12단이 있으므로, 창의 길이는 3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이러한 본체를 만든 돌의 수는 362개라고 하는데, 어디까지 세느냐에 따라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러한 첨성대의 모양을 두고 여러 가지 추론을 할 수 있다. 첨성대의 둥근 부분만 보면 27단이 되고, 아래 기단석을 합치면 28단이 되며, 위 기단석을 합치면 29단 혹은 30단이 된다. 27이라는 숫자는 선덕여왕이 신라 제27대 임금이라는 점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28은 동양 천문학의 기본 별자리인 28수(宿)를, 29와 30은 한 달의 길이인 29일과 30일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첨성대에 사용된 돌의 개수는 1년의 길이인 365일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고, 창의 위아래로 있는 12단은 1년의 12달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첨성대의 구조가 밝혀지면서 기능적인 면에서도 기존의 주장을 의심하는 견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64년에 한국과학사학자 전상운은 첨성대가 와다 유지의 주장대로 천문대의 역할을 하기에는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외부의 우아한 모양과는 달리 내부는 자연석을 다듬지 않은 상태여서 출입이 매우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전상운은 첨성대가 내부보다는 외부를 중심으로 건축되었으며, 첨성대 자체가 해시계의 역할을 하는 규표(圭表)라고 생각했다.   1974년에는 동양사학자 이용범이 첨성대를 천문 관측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불교 의식을 위한 재단이라고 주장했다. 불교에서는 우주가 구산팔해(九山八海)로 겹겹이 쌓여 있고 그 가운데 부처님이 있는 가장 높은 산을 수미산(須彌山)이라고 하는데, 첨성대의 형태가 수미산과 매우 닮았다는 것이었다. 같은 해에 수학자 김용운은 첨성대의 구조에서 기하학적인 비례관계를 찾아낸 후 첨성대가 고대 중국의 대표적인 수학서인 <주비산경>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물리학자 남천우는 첨성대가 천문 관측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춘 상설 천문대라고 주장했다. 1m 사방의 창문은 출입이 불편할 정도로 작은 것이 아니며, 첨성대 내부의 19단과 25단 위에 가로질러 있는 장대석들은 관측자가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설치되었다는 것이다. 1979년에 한국과학사학자 박성래는 천문대설과 재단설을 절충하는 견해를 내놓았다. 첨성대는 중국의 천문역산학이 제대로 수용되기 직전에 세워진 것으로 그 겉모양은 불교의 수미산을 좇았고, 그 내용은 토속신앙에 따라 농업신인 영성(靈星)을 숭배하는 뜻을 담았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박성래는 첨성대의 주요 기능이 영성단이라고 하면서 오늘날과는 다른 넓은 의미에서 천문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첨성대가 설립된 후에 천문역산학이 발달하면서 첨성대와 그 주변이 신라가 천문 관측을 하는 장소로 발전되었을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사실상 고대 사람들은 하늘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뿐만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삶과 관련지어 해석하는 것까지도 천문으로 표현했다. 게다가 임금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하늘이 재이로 경고한다는 생각도 널리 퍼져 있었으며, 천문 현상을 전쟁과 같은 주요 사건과 연결하여 해석하는 일도 많았다. 이처럼 천문을 보다 넓은 의미로 해석한다면, 첨성대를 하늘의 세계와 관련이 있는 건축물로 평가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첨성대가 건립된 후 신라의 천문 기록이 4배 이상 늘어났다는 점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그러한 기록이 첨성대에서 관측되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첨성대의 건립이 신라의 천문학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그 중에는 중국의 사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자적인 것도 적지 않으며, 행성의 운행과 같은 세심한 관찰을 필요로 하는 것도 많다. 또한 749년에 신라에 7명의 천문관(天文官)이 있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에 비추어 볼 때, 첨성대 일대에서는 여러 명의 천문 관련 전문가들이 일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첨성대가 언제 건립되었는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세종실록지리지>는 선덕여왕 2년인 633년으로 기록하고 있는 반면, <증보문헌비고>는 선덕여왕 몰년인 647년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밖에 645년에 황룡사 구층목탑과 동시에 건립되었다는 설도 있으며, 특정한 연도는 거론하지 않은 선덕여왕 초년설과 선덕여왕 말기설도 있다. 이처럼 첨성대에 대하여 여러 가지 견해가 존재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첨성대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많지 않으며, 그러한 기록도 단편적이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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