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을 진정한 백열등 발명가로 보는 까닭은? 송성수  (Homepage) 2015-10-07(수) 11:24:23, 10365

한국인사관리협회에서 발간하는 <월간 인사관리> 2015년 10월호, 44-45쪽에 게재된 글입니다. ----------------- 에디슨을 진정한 백열등 발명가로 보는 까닭은?: 시스템 구축가, 에디슨 우리는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전반에 걸쳐 진행된 영국의 산업혁명을 떠올리지만, 역사가들은 또 하나의 산업혁명을 식별해 내었다. 대략 1870년부터 1920년까지 독일과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된 제2차 산업혁명(The Second Industrial Revolution)이 그것이다. 두 산업혁명은 소재, 동력, 통신, 경영 등의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동력을 예로 들면, 영국의 산업혁명 때에는 증기가 활용되었던 반면 제2차 산업혁명 때에는 전기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와트(James Watt)가 본격적인 증기의 시대를 열었다면, 전기의 시대를 개막한 사람은 에디슨(Thomas A. Edison)이었다. 비용 분석에서 시작된 백열등 개발 에디슨은 1876년에 멘로 파크(Menlo Park)에 연구소를 차린 후 20여 명의 직원들을 데리고 조직적 차원의 발명을 시도했다. 그는 압력 계전기, 탄소 송화기, 축음기 등을 잇달아 발명한 뒤 1878년 9월 8일부터 백열등을 개발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그 작업은 13개월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수반하였다. 동원된 금속선은 1,600가지에 달했다고 하며, 작성된 노트는 4만 페이지가 넘었다고 한다. 결국 에디슨은 1879년 10월 21일에 탄화된 실을 필라멘트로 사용한 백열등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날은 전기의 시대가 시작된 날로 평가되고 있다. 백열등이 개발되기 이전에도 전등은 있었다. 길거리에 설치된 아크등과 공장이나 가정에서 사용된 가스등이 그것이었다. 에디슨은 기존의 가스등보다 경쟁우위가 높은 전등시스템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가 가스등을 염두에 두었다는 사실은 그가 전선을 땅 밑에 묻었다는 점, 전기 계량기의 설치를 요구했다는 점, 전구를 버너(burner)로 불렀다는 점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디슨은 체계적인 비용 분석을 통해 전도체에 사용되는 값비싼 구리가 전등시스템의 개발에서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어 그는 전등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하면서도 전도체의 경제성을 보장하는 것을 핵심적인 문제로 규정했다. 에디슨은 옴의 법칙(I〓V/R)과 줄의 법칙(Q〓I2Rt)을 활용하여 전도체의 길이를 줄이고 횡단면적을 작게 하는 방법을 탐색했으며, 결국 오늘날과 같은 1A 100Ω 짜리 고(高)저항 필라멘트라는 개념에 도달했다. 이처럼 에디슨이 고저항 전등에 주목하게 된 것은 체계적인 비용 분석에서 비롯되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그는 백열등을 발명하는 것은 물론 1A 100Ω과 같은 기술표준을 확립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요상한 송년 파티 에디슨은 기술을 선전하는 데에도 일가견을 가지고 있었다. 1879년 12월 31일에는 멘로 파크에서 요상한 송년 파티가 열렸다.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멘로 파크 역까지 연결된 특별 기차를 탔다. 역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맨 먼저 백열등이 발산하는 빛의 인사를 받았다. 백열등은 역에서 에디슨의 연구소로 이어지는 길을 환하게 밝혔다. 연구소로 들어선 사람들은 백열등을 직접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백열등이 부드러운 빛을 발산하기 때문에 눈이 피로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때 에디슨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에디슨이 생각보다 젊다는 사실에 놀랐다. 당시에 에디슨은 겨우 32세에 불과했다. 에디슨은 느릿느릿한 말투로 백열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에디슨의 설명이 끝나자 연구소의 직원들은 백열등 하나를 물이 가득 찬 그릇에 담았다. 그 백열등은 4시간 동안 한 번도 꺼지지 않고 계속 빛을 냈다. 에디슨은 또한 전기 모터를 사용하여 재봉틀과 펌프를 작동시키는 시범도 보였다. 같은날 밤에는 예기치 않았던 몇 가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어떤 여자가 발전기에 너무 가깝게 가는 바람에 머리에 꽂은 핀이 떨어져 나갔는데, 그 일로 사람들은 자기장의 힘이 얼마나 센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가스등 회사에 근무하던 어떤 사람은 철선을 숨겨와 누전을 일으켜 행사를 방해하려고 했다. 그러나 에디슨의 백열등에는 이미 안전 퓨즈가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떠한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그 사람만 연구소 직원들에 의해 문 밖으로 끌려갔을 뿐이다. 시스템 구축가로서의 에디슨 에디슨이 백열등만을 발명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발전, 송전, 배전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었다. 거기에는 전기 모터, 발전소, 전선, 소켓, 스위치, 퓨즈, 계량기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에디슨이 발명한 것은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기술이 결합된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소여(William E. Sawyer), 독일의 괴벨(Heinrich Gobel), 영국의 스완(Joseph W. Swan) 등과 같이 에디슨에 앞서 백열등을 발명한 사람들은 많았지만, 에디슨을 백열등의 진정한 발명가로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상 에디슨은 단순한 발명가가 아니라 백열등의 활용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개발한 ‘시스템 구축가(system builder)’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에디슨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내가 해결하려던 문제는 바로 하나의 포괄적인 시스템을 구성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적합한 각양각색의 장치, 사용방식, 그리고 기구들을 생산해 내는 것이었다.” 에디슨은 전등을 시스템적 차원에서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전등의 상업화를 위한 활동도 포괄적으로 전개하였다. 그는 1878년에 전등의 개발을 담당하는 에디슨 전등 사(Edison Electric Light Company)를 설립한 후 1881년에는 전등을 생산하는 에디슨 전구제작소(Edison Lamp Works), 발전기와 전동기를 제작하는 에디슨 기계제작소(Edison Machine Works), 전선을 생산하는 에디슨 전기튜브 사(Edison Electric Tube Company)를 잇달아 설립하였다. 이어 1882년에는 에디슨 전기조명 사(Edison Electric Illuminating Company)를 설립하여 뉴욕 펄 가에 세계 최초의 중앙발전소를 설립하였다. 이를 통해 에디슨은 전기에 관한 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에디슨 제국(Edison Empire)을 구성했다. 에디슨의 주요 기업들은 1889년에 에디슨 제너럴 일렉트릭(Edison General Electric)으로 통합되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892년에 에디슨 제너럴 일렉트릭은 톰슨-휴스턴 사(Thomson-Houston Company)와 합병되어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GE)이 되었다. 두 회사는 모두 과도한 사업 확장으로 재정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당시에 ‘금융왕’으로 불렸던 모건(John P. Morgan)의 개입으로 합병의 길을 택했던 것이다.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생각하며
다음글 :	[네이버 지식백과] 재봉틀 - 가정에서 널리 사용된 최초의 기계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