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칼럼] 풍성한 부산학을 기대하며 송성수  (Homepage) 2016-11-24(목) 11:58:09, 9570

위 사진을 클릭하면 국제신문 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풍성한 부산학을 기대하며 송성수(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과학기술학) 우리는 부산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간단한 지명부터 시작해 보자. 우리가 자주 듣고 사용하는 서면, 녹산, 조방, 수비는 무슨 뜻일까? 서면은 동래부 혹은 동래군의 서쪽에 위치한 면을 의미하고, 녹산은 녹두죽을 끓여 먹는 인심 좋은 마을이라는 유래를 가지고 있다. 조방과 수비는 줄임말에 해당하는데, 조방은 조선방직을, 수비는 수영비행장을 지칭한다. 부산대학교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부산대는 1946년에 설립되어 올해로 개교 70주년을 맞이했다. 이에 반해 다른 지역의 거점국립대학인 경북대와 전남대 등은 1947년에 설립되었다. 한국 정부는 1947년에 지역거점국립대학을 속속 설립했는데, 부산대는 이미 설립된 대학이 지역거점국립대학으로 지정된 경우에 해당한다. 매우 역동적인 부산 사람들은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하여 1946년에 부산대학교라는 시민대학을 설립했던 것이다. 당시에 부산은 행정구역상으로 경상남도에 속해 있었으므로, 만약 부산대학교가 처음부터 정부 주도로 건립되었다면 그 명칭이 ‘경남대학교’였을 가능성이 컸다. 시선을 요즘으로 돌려보자. 부산시는 민선 6기를 맞이하여 ‘TNT 2030 플랜’이라는 장기적 비전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부산을 세계 30위 글로벌 혁신도시로 도약시킬 수 있도록 인재양성과 기술혁신에 매진한다는 것이다. 원래는 선진문화를 상징하는 또 다른 T자인 관용(Tolerance)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른바 “사람과 기술, 문화로 융성하는 부산”인 셈이다. 부산시는 TNT 2030의 후속 조치로 작년에 과학기술진흥위원회를 설치했고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Busan Institute of S&T Evaluation and Planning, BISTEP)을 설립했다. 그런데 부산시의 홍보가 부족한 것인지, 부산 시민의 관심이 적은 것인지 아직도 TNT 2030이나 BISTEP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는 부산에 살고 있고 부산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곰곰이 따지면 부산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어 보인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했던가? 부산을 알아야 부산에 대한 사랑을 키워갈 수 있다. 부산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산에 관한 학문, 즉 부산학(釜山學, Busan Studies)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산학의 지향점은 부산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해를 통해 부산의 정체성을 해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나은 부산을 상상하고 설계하는 데 있다.   사실상 부산학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고, 1990년대 이후에는 부산학에 관한 책자도 제법 발간되었다. 예를 들어, 부산발전연구원은 부산학 연구를 체계화하기 위해 2003년에 부산학연구센터를 설립했고, 부산시는 2013년에 직할시 승격 50주년을 맞이하여 <부산발전 50년 역사이야기>를 발간했다. 요즘에는 부산의 각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부산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 부산학에 관한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학을 종합적으로 다룬 최근의 책자로는 부산학교재편찬위원회가 2015년에 발간한 <부산학개론>을 들 수 있다. 이 책은 그 동안 이루어진 부문별 연구들을 바탕으로 부산의 총제적인 모습에 접근하려는 야심찬 기획을 보여주고 있다. 총 6부 19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자연과 역사, 문화와 예술, 정치와 행정, 기업과 경제, 사람과 생활, 재생과 미래 등을 망라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이 빠져 있다는 것이 다소 아쉬우며 이에 대한 보완을 기대한다. 부산학을 생각하다가 외국의 도시는 어떨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연찮게 접하게 된 런던학은 대단했다. 윌슨의 <런던의 역사>, 미셸 리의 <런던 이야기>, 볼만멘델스존의 <그들을 만나러 간다, 런던> 등은 역사나 인물을 소재로 촘촘하게 런던을 엮어내는 솜씨를 보여주었다. 흥미롭게도 이상의 책은 각각 2014년, 2015년, 2016년에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부산학과 같은 지역학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아직까지 부산 시민들에게 부산학에 대한 체감지수는 낮은 편인 것 같다. 흥미와 의미를 동시에 갖춘 소재를 대폭 발굴하여 부산 시민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부산에 있는 연구자들과 교육자들이 부산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고 전문적 연구와 대중적 집필을 연결시켜 부산학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나 관계 기관이 지원을 해 준다면 금상첨화가 되지 않겠는가?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30년 뒤에는 부산 출신의 사람이 매우 줄어든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을 고향으로 삼게 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지역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더욱 약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부산학은 지금부터라도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부산 시민의 적극적인 응원과 참여도 필요하다. 성숙한 도시는 성숙한 시민들이 만들어 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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