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힘으로 우뚝 선 여성 수학자, 소피 제르맹 송성수  (Homepage) 2018-03-13(화) 09:36:10, 10705

☞ “혼자 힘으로 우뚝 선 여성 수학자, 소피 제르맹” 바로 가기 혼자 힘으로 우뚝 선 여성 수학자, 소피 제르맹 수학 공부에 대한 남다른 열정 여러 과학 분야 중에서 수학은 여성에게 잘 어울리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수학은 지극히 이성적인 추론을 필요로 하는데, 여성은 이성적인 면보다 감성적인 면에 더욱 뛰어나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사실상 과학의 역사에서 수학은 다른 과학 분야에 비해 여성의 활동이 매우 뒤떨어진 영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소피 제르맹(Sophie Germain, 1776～1831)이라는 여성 수학자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면, 근대 수학의 역사는 다시 씌어져야 할지도 모른다. 소피 제르맹은 1776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18세기 말에 프랑스는 프랑스혁명에서 공포정치에 이르는 정치적․사회적 격동기를 경험하고 있었다. 소피의 부모도 그러한 소용돌이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재력 있는 상인이자 교육받은 자유주의자로서 그 당시의 정치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이었다. 그는 프랑스 혁명기에 국민의회 부의장과 프랑스 은행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유달리 수줍음을 많이 탔던 소피는 정치와 돈에만 매달려 있는 가족들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하였다. 아버지의 서재는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거기서 그녀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그녀가 13살이 되었던 1789년은 바스티유 감옥이 함락되고 파리 코뮌이 구성되었다. 그리하여 파리의 거리는 온통 혁명주의나 무정부주의를 내세우는 불만에 찬 시민들로 들끓었다. 당시의 파리는 소피처럼 감성적인 어린 소녀에게는 너무나도 황폐한 곳이었다. 다행히 소피의 집은 거리의 폭도들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 소피는 오랫동안 집에서 갇혀 지내면서 더욱 자주 아버지의 서재를 들락거렸다. 특히, 그녀에게 감동을 준 것은 몽뛰시아(Jean Etienne Montucia)가 쓴 ≪수학의 역사≫에 실려 있는 아르키메데스의 죽음에 관한 일화였다. 아르키메데스가 무례한 로마 병사의 손에 죽음을 당하던 순간까지 기하학 문제 풀이에 몰두했다는 이야기에 소피는 깊은 동정심을 느꼈다. 그것은 동정심을 넘어 호기심으로 발전하였다. 과연 기하학이 얼마나 매력이 있기에 아르키메데스는 자신이 살해되는 것조차 알지 못했을까? … 소피는 자신도 숭고한 과학자의 삶을 살아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소피의 부모는 그녀의 이러한 결심에 완고하게 반대하였다. 소피의 부모는 딸이 상류층 여성에게 필요한 교양은 익히지 않고 하잘것없는 과학 공부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소피는 부모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아버지 서재에 있는 모든 수학 책을 꼼꼼하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소피의 부모는 딸의 건강이 염려된다는 명목으로 아버지 서재에 대한 출입금지령을 내렸다. 소피는 부모의 뜻에 겉으로는 순종하는 척 하였다. 그러나 부모가 잠자리에 들면 일어나서 다락방으로 올라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감추어 두었던 초를 꺼내 밤새 공부를 하였다. 어느 겨울 날 아침, 소피의 집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다락방의 슬레이트는 온통 수식으로 뒤덮여 있었고, 잉크는 얼어서 딱딱한 덩어리가 되어 있었으며, 밤새 공부한 소피의 몸은 꽁꽁 얼어 있었다. 소피가 밤새 책을 보다가 너무나 피곤했던 나머지 다락방에서 잠이 들었고 추운 날씨 탓에 온 몸이 얼어붙어 죽기 직전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했던가? … 소피의 끈질긴 투쟁에 결국 그녀의 부모는 백기를 들었다. 그들은 딸의 독특한 관심사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수학 공부에 대한 열정을 꺾지 않기로 약속하였다. 남자 이름으로 제출한 과제물 소피가 19살이 되었을 때 프랑스에서는 과학기술 분야의 최고 교육기관인 에꼴 폴리테크닉(Ecole polytechnique)이 설립되었다. 당시의 다른 고등교육기관과 마찬가지로 에꼴 폴리테크닉은 여학생의 입학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소피는 여러 교수의 강의 노트를 부지런히 모아서 열심히 공부하였다. 특히 라그랑주(Joseph Louis Lagrange)의 해석학 강의는 그녀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당시에 에꼴 폴리테크닉은 학생 자신이 공부한 것을 학기말에 보고서로 제출하도록 하는 새로운 교육방법을 시도하고 있었다. 소피는 그 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남학생인 르블랑(Le Blanc)의 이름으로 과제물을 제출하였다. 그 과제물의 독창성에 깜짝 놀란 라그랑주는 수업 시간에 르블랑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였다. 라그랑주는 르블랑을 찾으려고 수소문한 끝에 그가 소피 제르맹이라는 젊은 여성임을 알았다. 라그랑주는 소피의 집을 방문하여 그녀를 유망한 수학도라고 칭찬해 주었다. 그러던 중 1798년에는 프랑스의 수학자인 르장드르(Adrien­Marie Legendre)가  ≪수론≫을 출간하였다. 소피는 ≪수론≫을 자세히 읽은 뒤 그 책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 편지를 르장드르에게 보냈다. 그 후 소피와 르장드르 사이의 서신 교환은 끊임없이 계속되어 그 분량이 책 몇 권에 달할 정도였다. 르장드르는 소피를 사실상의 공동연구자라 생각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수론≫ 2판을 찍을 때에는 그녀가 발견한 사실을 부록에 실어주었다. 그러나 당시의 프랑스 사회에서 소피 제르맹처럼 과학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진 여성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18세기부터 프랑스에서는 상류층 여성을 위한 흥미위주의 과학 서적이 출판되었고 그것은 사교 모임에서나 사용될 만한 저속한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였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알가고티(Francesco Algagotti)의 ≪숙녀용 뉴턴철학≫이었다. 그 책은 후작 부인과 가정교사의 대화로 꾸며져 있는데, 후작 부인은 과학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정사(情事)에만 관심이 있는 전형적인 상류층 여성이었다. 한번은 가정교사가 중력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후작 부인은 그것이 사랑에도 적용된다고 맞장구를 치면서, 남녀가 8일 동안 육체적인 관계를 맺지 않으면 첫날보다 64배로 사랑이 식는다고 응수하였다. <그림> 1737년에 발간된 ≪숙녀용 뉴턴철학≫에 나오는 그림> 소피는 이렇게 저속한 책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과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이 비슷한 종류의 책을 출간하자 그와 절교를 선언하기도 하였다. 진지한 과학 연구자였던 소피는 통속적이나마 과학에 관심을 가진 여성은 물론 자신의 친척 여성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남성 중심의 과학자사회가 여성인 소피에게 공식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남성 중심의 사회가 가진 높은 벽을 절실히 느끼면서 여성 수학자의 길을 쓸쓸히 걷고 있었다. 가우스와의 서신 교환    새로운 세기, 즉 19세기는 소피에게도 찾아왔다. ‘수학의 황제’로 불리는 독일의 가우스는 1801년에 ≪산술연구≫를 출간하였다. 그것은 정수론을 집대성한 서적으로서 깊이 연구할 만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 1804년에 소피는 그 책을 여러 번 읽은 후에 몇 가지 자신의 생각을 담은 편지를 가우스에게 보냈다. 그 때도 소피는 르블랑이라는 가짜 이름을 사용하였다. 소피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Fermat’s last theorem)에 관한 식 xⁿ＋ yⁿ＝ zⁿ(페르마는 n이 3이상의 정수일 때 이 식의 0이 아닌 정수해는 없다고 주장하였고, n＝4인 경우 이것이 성립함을 보였다)에서 n＝p－1이고 p＝8k＋1이면 식이 성립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가우스는 “당신과 같은 친구를 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지만, 당신의 제안은 너무 특수한 경우여서 다른 숫자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답장을 보냈다. 이를 계기로 가우스는 소피의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두 사람은 편지를 통해 수학에 관한 폭넓은 의견을 주고받기 시작하였다. 가우스가 소피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프러시아 전쟁 덕분이었다. 전쟁으로 가우스가 살고 있던 지역이 위험에 처하자 소피는 가우스가 아르키메데스처럼 죽음을 당할까 염려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친척이었던 페르네티 장군에게 가우스를 안전하게 보호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페르네티 장군의 군대가 가우스 집 근처를 장악했을 때, 친절하게도 장군은 가우스의 집에 밀사를 파견하였다. 밀사는 가우스의 안전을 확인하였지만, 가우스는 소피의 이름을 대는 밀사에게 그녀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오해는 가우스와 소피가 한두 차례의 서신을 더 교환한 후에야 풀렸다. 르블랑이란 이름을 쓰는 사람이 소피라는 여자인 줄 알게 된 가우스는 깜짝 놀라면서 “그녀야말로 가장 숭고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극찬하였다.    <그림> 소피 제르맹이 1804년에 가우스에게 보낸 편지 1808년에 소피는 페르마의 정리에서 n＝5인 경우를 다루면서 가우스에게 편지를 보냈다. 가우스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고, 이에 따라 소피와 가우스의 편지 교환은 5년으로 끝났다. 그것은 당시에 가우스가 괴팅겐 대학의 천문학 교수로 부임하는 것을 계기로 수론 분야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소피의 연구 성과는 계속 묻혀 있다가 1823년에 라그랑주가 그녀의 제안에 입각하여 n＝5인 경우의 페르마 정리를 증명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또한 소피는 n이 100보다 작은 홀수인 소수(素數)라면, xⁿ＋ yⁿ＝ zⁿ의 해는 n으로 나누어지지 않는 정수 중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함으로써 수학자로서의 이름을 널리 떨쳤다.   프랑스 과학자로서 최고의 상을 받다 가우스와의 서신 교환이 불가능해지자 소피는 당시 프랑스 과학자사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탄성학에 관심을 기울였다. 19세기 초에 독일의 물리학자인 클라드니(Ernst Chladni)는 유리판에 가는 모래를 뿌린 후 진동을 일으키면 모래가 특정한 마디를 중심으로 대칭 무늬를 나타낸다는 실험을 하였다. 1808년에 프랑스를 방문한 그는 과학아카데미에서 저명한 과학자들을 모아 놓고 자신의 실험 결과를 발표하였고, 그것은 나폴레옹 황제 앞에서 실험을 재현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나폴레옹은 그 실험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에게 후한 상을 내리겠다고 제안하였고, 과학아카데미는 이 현상에 대한 수학적 이론을 공모하였다. 소피는 이 문제가 복잡하긴 하지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녀는 각종 서적을 탐독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19세기의 첨단 학문인 탄성학에 접근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료를 수집하거나 당대의 수학자들과 토론하는 데 많은 제약을 받았다. 그녀가 연구소나 학교를 방문하려고 하면 “남편과 함께 오시오”라는 말과 함께 딱지를 맞았다.   소피는 오일러의 논문에서 탄성문제에 대한 중요한 해답을 찾았다. 오일러는 특정한 지점에서의 탄성력이 표면의 곡률에 비례한다고 지적하였는데, 소피는 이러한 논의를 더욱 발전시켰다. 그녀는 1811년에 각 지점에 수직인 접선을 이은 곡선이 가지는 최대 곡률, 최소 곡률, 평균 곡률이란 개념을 제안하면서 과학아카데미에 논문을 제출하였다. 당시 심사위원 중의 한 사람이었던 라그랑주는 소피의 논문에 사용된 방법이 정확하지도 완벽하지도 않다고 평가하였다. 적당한 수상자가 나타나지 않자 공개경쟁시험은 연장되었다. 소피의 가장 큰 경쟁자는 프랑스 과학계의 차세대 기수였던 푸아송(Simeon Denis Poisson)이었다. 그는 소피의 연구 성과를 뉴턴의 입자설과 라그랑주의 방정식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였다. 이에 소피는 푸아송의 어설픈 가정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방정식으로 도출하는 데 성공하였다. 1816년에 시험평가단은 “여성에게 상을 줄 수 있느냐”하는 문제로 한참 논란을 벌이다가 결국 소피의 논문인 <탄성체의 진동에 관한 연구>를 대상 작품으로 선정하였다. 과학아카데미가 여성에게 상을 주기는 소피의 경우가 처음이었다. 더구나 공개경쟁시험은 과학자로서의 장래를 보장해 주는 증명서나 다름없었다. 덕분에 소피는 과학아카데미의 회합에 참석할 수 있는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또한 그녀는 프랑스 수학자들의 모임에 초청되어 당대의 유명한 수학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수 있는 영광도 누렸다.   과학 연구가 전부였던 인생 1820년대에 들어와 소피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정교화하고 그것을 집필하는 데 몰두하였다. 여기에는 탄성체 표면의 성질에 관한 논문, 탄성체 표면에 대한 문제의 해결에 적용되는 해석학 원리에 관한 논문, 탄성체 표면의 곡률에 관한 논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상의 연구 성과들은 1830년에 ≪표면 곡선에 관한 연구≫로 출판되었다. 소피의 마지막 논문은 1831년에 출간되었는데, 그것은 그녀의 가장 독창적인 연구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평균 곡률의 개념을 담고 있다. 소피는 수학이나 물리학뿐만 아니라 화학, 지리학, 역사학, 철학에도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모든 분야에서 그녀는 비범한 재능과 천재적인 분석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또한 그녀는 과학과 인문학의 상호관계를 탐구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녀가 남긴 <과학과 인문학에 대한 일반적 고찰>을 보고, 실증주의의 창시자인 콩트(Auguste Comte)는 “통합과학의 기초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극찬했다고 한다. 소피의 철학적 저술들은 1879년에 출간된 ≪소피 제르맹 전집≫에 실렸다.   1831년에 소피는 탄성 이론에 대한 책을 준비하면서 유방암을 앓기 시작했다. 당시에 가우스는 괴팅겐 대학에 소피의 명예박사학위를 추천했지만, 그녀는 명예박사학위를 받기 직전에 55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소피는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연구에 몰두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그녀를 어릴 적부터 계속해서 과학 연구가 전부인 인생을 살아왔다. 이런 면에서 소피 제르맹은 고대의 전설적인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Hypatia)에 빗대어 “19세기의 히파티아”로 평가되고 있다.   오늘날 소피 제르맹은 프랑스에서 국민적인 추앙을 받는 수학천재로 인식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는 소피 제르맹 거리가 조성되어 있으며, 에꼴 소피 제르맹이란 학교도 설립되어 있다. 그 학교에 있는 소피의 동상에 “독립적 존재”라는 칭호가 새겨져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그녀는 여성 과학자를 거의 용납하지 않았던 당시의 과학자사회에서 거의 혼자의 힘으로 우뚝 선 존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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