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날에 드는 생각 송성수  (Homepage) 2009-04-22(수) 09:01:57, 3563

이번 주 금요일(4월 24일)에 부산일보 과학칼럼에 게재될 글입니다. ---------------- 매년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과학의 날은 1968년 4월 21일에 과학기술처(현재의 교육과학기술부)가 창립 1주년을 맞이하여 제정하였다. 우리나라에 유독 정부부처와 관련된 기념일이 많은 것을 보면, 상당 기간 동안 우리나라가 정부 주도의 성장을 해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과학의 날의 기원은 1930년대의 과학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김용관을 비롯한 당시의 지식인들은 “과학의 생활화, 생활의 과학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과학기술의 발전과 과학 마인드의 확산을 조선 민족의 회생을 위한 관건으로 생각하였다. 그들은 발명학회와 과학지식보급회를 중심으로 <과학조선>의 발간, 과학 데이 행사의 개최, 이화학(理化學)연구소 건립운동, 과학관 설립운동 등을 전개하였다. 첫 과학 데이 행사는 1934년 4월 19일에 열렸다. 4월 19일을 과학 데이로 고른 것은 1932년 그 날이 찰스 다윈의 50주기였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사회다윈주의가 풍미했던 시절이어서 다윈이 매우 인기가 높은 과학자였다. 제1회 과학 데이에는 라디오 방송, 강연회, 좌담회, 활동사진 상영, 공장 견학 등의 행사가 있었다. 제2회 과학 데이에는 자동차 54대가 동원되고 홍난파 작곡의 “과학의 노래”가 연주되는 가운데 서울과 평양에서 시내 행진이 전개되기도 했다. 과학 데이 행사는 1938년까지 계속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이신 박성래는 과학의 날을 4월 19일로 고치는 것이 합당하며, 독립기념관을 통해 1930년대의 과학운동을 민족운동의 하나로 기념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물론 한번 정해진 기념일을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제대로 된 의미를 살리려면 과학의 날을 변경하는 것도 심각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아무튼 올해 4월 21일은 과학의 날 42주년이다. 이제 과학의 날이 청년을 넘어 장년의 나이에 이른 셈이다. 1976년부터는 매년 4월을 과학의 달로 하여 과학문화행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올해 과학의 달에는 “녹색성장! 과학의 힘”이라는 표어를 바탕으로 이에 관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전개되고 있다. 세계 천문의 해와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여 천문학과 생물학에 관한 행사도 개최되고 있다. 최근에 들어와 과학의 날(달)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과학문화활동은 보다 종합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장기적 안목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되어 있다. 일회성 행사를 지양하고 각종 과학문화활동에 대한 자료와 사례를 축적·확산하는 것, 공공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발달되어 있는 민간부문이 과학문화활동의 실질적인 주체로 성장하는 것, 과학기술의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바람직한 합의를 도출하고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 등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과학문화활동에서는 “수용자(audience)”의 관점이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대중을 “대상화”하려는 경향이 우세한 가운데 대중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활동이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대중을 고려하는 것을 넘어 대중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과학문화활동이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과학문화사업에 관한 모범사례를 창출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떤 사업을 한꺼번에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것보다는 한 가지 사례라도 집중적이고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의지와 역량을 갖춘 주체를 중심으로 과학문화사업을 추진해야 하며 정부는 이러한 사업에 요구되는 실질적인 인프라를 확충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동남권 과학관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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