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도시로 가는 길 송성수  (Homepage) 2010-09-25(토) 11:39:14, 3368

지난 월요일(9월 20일)에 <부대신문>의 "강의실너머" 코너에 게재된 글입니다. ---------------------------------- 부산대학교에 둥지를 턴 지 4년이 되었다. 수업 준비, 강의, 학생 지도, 논문 작성, 도서 집필, 프로젝트 수행, 학회 일, 회의 참석 등으로 무척이나 바쁘게 살았다. 이제야 좋은 교수가 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요, 교수가 참으로 감사한 직업이라는 점을 절감한다. 이렇게 분주한 생활 속에서 나에게 가까운 벗이 되어 주었던 것은 금정산이다. 산에 다녀오면 왠지 마음이 편해지고 복잡한 일상에 질서가 잡히는 기분이 든다. 이제는 남문과 동문 사이에 있는 길은 거의 알게 된 것 같다. 특히, 유난히도 더웠던 이번 여름에는 대운동장 뒤편의 조그마한 계곡에서 발 지압을 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학교 부근에 멋진 자연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소중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시야를 부산 전체로 넓혀 보자. 부산은 산과 강,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진 복 받은 고장이다. 중학교 시절의 은사님과 곳곳을 누비면서 부산의 진가에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부산에는 좋은 대학이 많은데, 주요 대학에는 부산대, 해운대, 이기대, 태종대, 몰운대가 있다는 농담도 해 본다. 이러한 명품 도시에 살고 있다는 것이 즐겁지 아니한가? 그런데 부산이 진짜 명품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부산에 사는 사람들이 명품 인간이 되어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갔다가 2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부산에 대해서 받은 인상은 한 마디로 무질서한 도시였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참으로 힘이 들었다. 신호를 어기는 것은 다반사이고 쉴 새 없이 크락숀이 울린다. 부산 차에는 깜빡이는 없고 크락숀만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도로 포장률이 낮은 부산의 지형에 적응하다보니 운전문화가 그렇게 되었구나 하고 이해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화론(?)도 변명에 불과한 것 같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에는 하차가 끝난 후에 승차를 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것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승차를 하는 경우에도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이야 몸이 불편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학생처럼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질서도 지키지 않을 때면 왠지 부산의 미래가 암담해 보인다. 명품 도시 부산에서 살아가려면 적어도 기본적인 질서는 지켜야 한다. 그것은 모종의 사회적 합의이며, 그러한 합의를 존중하고 준수하는 것은 민주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좋은 자연을 가지고 있는 부산이 좋은 문화를 보유한 사람들로 북적이기를 기대해 본다. 명품 자연과 명품 인간의 만남, 그것이 명품 도시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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