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에게서 배우는 바람직한 엔지니어의 모습 송성수  (Homepage) 2011-11-02(수) 17:07:35, 3721

공학교육정보센터에서 운영하는 웹진인 Talk about E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www.e2i.or.kr/ReportE/reportEyes.asp?PKid=&page=1&x=377&y=10 ----------------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꿈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엔지니어의 꿈은 무엇인가? 내가 모델로 삼을 만한 엔지니어에는 누가 있는가? 꿈은 미래를 향한 것이지만 과거에서 배울 교훈도 많다. 여기서는 에디슨(Thomas A. Edison, 1847～1931)의 일생을 통해 바람직한 엔지니어의 모습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에디슨의 대표적인 발명품으로는 백열등을 들 수 있다. 그는 기존의 가스등과 경제적으로 경쟁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백열등 개발에 착수하였다. 에디슨은 체계적인 비용 분석을 통하여 전도체에 사용되는 값비싼 구리가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을 밝혀낸 뒤 백열등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하면서도 전도체의 경제성을 보장하는 것을 핵심적인 문제로 규정하였다. 그는 전도체의 길이를 줄이고 횡단면적을 작게 하는 방법을 탐색하여 결국 오늘날과 같은 1A 100Ω 짜리 필라멘트라는 개념에 도달하였다. 에디슨이 백열등만을 발명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발전, 송전, 배전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었다. 거기에는 모터, 발전소, 전선, 소켓, 스위치, 퓨즈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에디슨이 발명한 것은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기술이 결합된 시스템이었다. 에디슨은 백열등의 개발은 물론 그것을 상업화하기 위한 활동도 시스템적으로 전개하였다. 즉, 전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회사,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 발전기를 생산하는 회사, 전선을 생산하는 회사 등을 잇달아 설립하여 전기에 관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에디슨 제국”(Edison Empire)을 구성했던 것이다. 그러나 에디슨 제국은 직류방식을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발전소를 소비지역과 인접한 곳에 설치해야 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교류방식이었다. 급기야 전력 시스템의 표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직류방식의 대표 기업인 에디슨사와 교류방식의 대표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사는 “전류 전쟁”(Current War)이라 불릴 정도로 치열한 싸움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교류가 서서히 세력을 확장하자 에디슨은 교류방식의 위험성을 선전하면서 반격을 시도하였다. 그는 “에디슨사가 경고합니다”는 팸플릿에서 웨스팅하우스를 살인자로 몰아세웠다. 그 팸플릿은 고전압 교류선에 가까이 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하면서 고압 전류에 의해 전기구이가 된 사람들의 명단까지 실었다. 심지어 에디슨은 “전기사형 작전”이라는 치졸한 방법까지 동원하였다. 그는 교류가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최소한의 고통으로 사형을 집행시켜 줄 최선의 방책”이라고 주장하면서 사형집행에 사용될 기구로 웨스팅하우스의 발전기를 제안하였다. 에디슨의 소원대로 1890년 8월 6일에는 세계 최초로 전기사형이 실시되었지만, 그것은 교류의 상승세를 저지하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결국 웨스팅하우스사는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에서 에디슨사를 제치고 전기시설 독점권을 따냈다. 에디슨의 또 다른 면모는 축음기에서 엿볼 수 있다. 1887년에 그는 축음기를 상업화하는 작업을 추진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축음기의 오락적 가능성을 알아차린 사람들은 축음기를 주크박스(juke-box)로 변경시켜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에디슨은 축음기를 “속기사 없이 사람의 말을 받아쓰는” 기계로 생각했지 음악재생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고, 주크박스가 인기를 얻자 축음기의 용도가 왜곡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이처럼 에디슨은 대중문화를 선도했던 축음기를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배경으로 성장한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던 역설적인 삶을 살았다. 이와 같은 에디슨의 생애는 오늘날에도 새겨 볼 만한 다양한 쟁점을 제기하고 있다. 엔지니어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술에 대한 능력뿐만 아니라 시장을 개척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게다가 자신의 것보다 뛰어난 기술이 등장할 경우에는 과거의 기술을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또한 아무리 우수한 기술적 성과를 달성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배경으로 등장한 새로운 문화의 흐름도 읽어내야 한다. 이러한 세 박자를 겸비한 훌륭한 엔지니어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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