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과학기술 송성수  (Homepage) 2012-04-04(수) 09:40:47, 4269

언제 어디에 쓴 글인지는 모르겠는데, 우연히 발견한 글입니다. 20세기 과학기술의 변화를 짧게 정리한 글입니다. 일독해 보시길 ... --------------- 20세기는 “과학기술의 세기”였다. 20세기에는 수많은 과학적 지식과 기술적 인공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출현했다. 과학과 기술의 관계도 밀접해졌으며 과학기술활동도 제도화되었다. 과학기술이 인간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많아졌다. 이제는 과학기술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20세기 초반의 30년 동안 고전물리학은 현대물리학으로 바뀌었다. 특히 양자론은 물리학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과학 분야와 철학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플랑크(Max Planck)의 흑체복사 이론에서 시작된 양자론은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광양자 가설,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의 원자 모형, 닐스 보어의 양자론적 원자론을 거치면서 고전물리학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그것은 1920년대에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가 행렬역학을, 슈뢰딩거(Erwin Schrodinger)가 파동역학을 제안하면서 새로운 양자역학의 체계가 정립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양자역학이 정립되면서 이에 대한 해석을 놓고 수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양자역학은 보른(Max Born)의 통계적 해석,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 보어의 상보성 원리에 의해 계속해서 재해석되었다. 그것은 비결정론적 세계관을 표방한 코펜하겐 해석으로 이어졌다. 이에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로 양자역학이 불완전하다고 비판했다. 양자역학이 제시한 세계관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세기 초 현대물리학의 출현에 기여한 또 다른 이론은 상대성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등속운동을 대상으로 한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모든 물체의 속도는 빛의 속도를 넘을 수 없으며, 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질량이 증가하고 길이는 수축되며 시간은 지연된다는 것이었다. 이어 1916년에는 가속운동까지 포함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상대성이론은 통상적인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념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상대성이론은 우주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아인슈타인이 염두에 두었던 정적인 우주는 팽창우주론으로 대체되었다. 허블(Edwin Hubble)은 100인치 망원경을 이용하여 팽창우주론에 대한 중요한 관측자료를 제공했고 가모브(George Gamow)는 태초에 우주가 한 점에서 폭발하면서 팽창한다는 대폭발 이론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정상상태 우주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1965년에 우주배경복사가 발견되면서 대폭발 이론이 지배적인 학설로 자리 잡았다. 많은 과학자들이 20세기 전체를 통해 갈구했던 것은 통일이론이었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힘, 즉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을 하나의 원리에 의해 설명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중력과 전자기력을 포괄하는 이론을 제시한 이래 다양한 통일이론이 제시되었다.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일한 전기약력이론, 강력까지 포함한 초대칭이론, 우주의 모든 힘과 입자를 통일하려는 초끈이론 등이 그것이다. 아직까지 실험적 증거가 미약하지만 단순성과 정합성을 추구하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20세기 과학이 자연에 대한 통일적 이해만을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나비효과”로 상징되는 카오스 이론은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나중에는 엄청난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또한 프리고진(Ilya Prigogine)은 불안정한 비평형 상태에서 미시적인 요동의 효과로 거시적인 안정된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비평형 통계역학을 제창하였다. 이러한 복잡계 과학들은 환원주의적 접근에 반대하며 유기체적 접근을 중시한다. 20세기 중반 이후에 부상한 과학 분야로는 분자생물학을 들 수 있다. 1953년에 왓슨(James Watson)과 크릭(Francis Crick)이 DNA 이중 나선의 모형을 발표한 이래 분자생물학은 급속히 성장했다. 특히 1973년에는 DNA 재조합 실험이 성공되면서 분자생물학은 생명공학기술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인간유전체계획(Human Genome Project)이 수행되는 가운데 다양한 유전자변형생물체(GMO)가 개발되었고 복제양 돌리로 대표되는 생명복제기술이 현실화되기 시작하였다.     20세기에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기술도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냈다. 1903년에 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는 인류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하였고 1908년에 포드(Henry Ford)는 모델 T를 개발하여 자동차 대중화의 시대를 열었다. 20세기 초반에는 냉장고, 세탁기, 진공청소기를 비롯한 가사기술도 보급되었다. 통신기술은 19세기 말에 전신과 전화를 통해 출현한 후 20세기에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개발로 이어졌다. 인류 최악의 드라마로 불리는 맨해튼계획(Manhattan Project)을 통해 원자탄이 개발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반도체와 컴퓨터도 속속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정보통신기술은 생명공학기술과 함께 오늘날의 기술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통신기술과 컴퓨터기술의 결합은 모뎀에서 시작되었지만 1980년대 이후에는 인터넷이 이를 대체하였다. 인터넷은 다양한 지역적인 네트워크를 서로 연결시킨 것을 뜻한다. 인터넷은 전자우편의 등장과 표준 프로토콜의 채택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였다. 급기야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인터넷이 모든 사람들의 필수품으로 정착하기 시작하였다. 20세기에는 과학기술의 내용은 물론 과학기술이 수행되는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술개발에도 과학적 이론이 필요하게 되고 과학에 대한 태도도 실용적인 것으로 바뀌어 가면서 과학과 기술의 관계가 점점 밀접해졌다. 대학은 기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기업체도 과학연구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제너럴 일렉트릭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MIT를 비롯한 많은 대학들은 산학협동을 강조하고 나섰다. 20세기에는 그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 규모의 과학기술이 등장하였다. 맨해튼계획, 아폴로계획, 인간유전체계획 등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제 과학기술자들은 옛날처럼 독자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 명이 팀을 짜서 연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거대과학(big science)의 등장으로 연구를 직접 수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연구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일로 부상하였다. 20세기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인간의 태도에도 변화가 있었다. 1920년대만 해도 과학기술이 풍요의 원천이자 진보의 상징으로 찬양되었지만 1960년대에 이르면 전쟁무기와 환경오염을 매개로 과학기술의 역기능이 본격적으로 비판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과학기술의 역기능에 대한 인식도 1960년대에는 대체로 사후적인 것에 불과했지만, 최근의 정보통신기술이나 생명공학기술을 둘러싼 논쟁은 과학기술의 경로가 가시화되기 전에 이에 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은 21세기에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리에게 항상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과학기술의 긍정적 측면을 최대화하고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할 것인가? 이것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과학기술자는 사회문화적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일반인들은 과학기술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송성수(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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