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웠던 한 판! 최영도  (Homepage) 2010-06-23(수) 08:39:22, 21346

가장 재미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예선 마지막 경기가 가장 재미없이 끝이 났다. 사상 첫 해외원정 16강 진출의 기적을 이루어 내었지만, 그 결과 보다는 나이지리아와의 경기가 이전 두 경기에 비해 가장 우리답지 못한 경기를 한 것이 못내 아쉽다. 운 좋게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경기 내용면에서는 4 : 6으로 지배당한 경기였다. 우리가 4 : 6 으로 지배당한 경기였기 때문에 재미없는 경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지리아는 평소 자신들의 기량을 발휘하여 재미난 시도를 많이 했는데, 우리 팀까지 그렇게 했더라면 더 재미난 경기가 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는 얘기이다. 16강전을 4일 앞 둔 이 시점에서 그 원인과 해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이번 토요일은 더 재미없는 경기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오늘 왜 재미없는 경기가 되고 말았나? * 첫째 : 우리의 장기인 지구력에서 우리가 도리어 밀리다 보니 일진일퇴의 재미난 경기를 펼칠 수 없었다. 오늘 우리 선수들이 나이지리아 선수들보다 더 많이 뛰지 못하다 보니 중원에서부터 우리 편에게 패스해줄 길이 없었다. 두 골을 넣은 것도 우리가 많이 뛰어 만들어낸 조직력에 의한 슈팅으로 얻은 골이 아니며 세트피스 상황에서 얻은 골이었다. 코칭 스텦에서는 컨디션 조절 실패의 원인을 꼭 찾아내어 16강전에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둘째 : 개인적인 지적이라 죄송하지만 차두리 선수의 위치 선정 문제점이다. 차두리 선수는 수비수로서 자신의 위치를 아직도 모르고 경기에 임하지 않나 생각된다. 수비수의 기본은 내가 수비해야할 상대가 공을 잡기 전에 압박을 강화하여 공을 못 받게 해야 하고, 일단 상대가 공을 잡고 나면 약간 거리를 두어 그 선수가 쉽게 나의 중심을 잃게 할 수 없도록 해야 하는데 차두리 선수는 공이 오기 전에는 적당히 떨어트려 두었다가 공격수가 공을 잡고 나면 달려들다 실패하여 항상 뒤따르는 수비를 하기 때문에 우리의 오른쪽에서 센터링 기회를 많이 주고 있다. 특별히 오늘 첫 골도 공이 오기 전에 자기 앞 4~5m 지점에서 프리로 공을 기다리고 있는 칼루우체를 마크 하지 않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시야에서도 놓치는 바람에 등 뒤로 빠져 나가 쉽게 한 골을 상납하고 말았던 것이다. 오늘은 우리 아들과 TV 시청을 같이 했기 때문에 공을 잡고 있는 사람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을 한번씩 얘기하며 보게하였다. 첫 골이 들어가기 직전 공 반대편에서 움직이는 차두리를 지적하며 차두리가 저렇게 공만 보며 물러서면 안 된다고 말하는 순간 칼루우체가 차두리 등 뒤로 달려 들어와 가볍게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차두리의 문제점을 모르고 수비를 잘한다고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축구를 볼 때 공을 잡고 있을 때만 보기 때문에 그런 착각을 할 수 있는데 사실 축구는 공을 가지고 있을 때보다는 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 어떤 위치에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거기다 특별히 차두리가 더 좋지 못한 점은 공격에 가담했다가 백커버 할 때이다. 수비의 기본을 모르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기가 빠르다는 교만 때문에 저지르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수비로 전환할 때 위치를 몰라 순식간에 우리의 모든 조직력을 와해시켜버릴 때가 참 많다. 오른쪽 풀백인 차두리가 공격에 가담했다 역습을 당할 때면 차두리의 빈자리인 오른쪽 풀백 위치로 중앙 수비수인 조용형이 뛰어 나와 상대 왼쪽 공격수의 공격 탬포를 지연시키며 수비전열을 가다듬게 된다. 이 때 차두리는 자기 때문에 본인의 자리를 비워 두고 자기 대신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조용형의 원래 위치인 중앙으로 급하게 달려 들어가 수비에 임해야 하는데, 언제든지 그 위치로 백커버를 하지 않고 왼쪽 공격수 뒤쪽에서 계속 따라 내려가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조용형의 빈자리를 수비형 링커인 김정우가 뛰어 들어 커버해 주게 된다. 그러다 보니 수비 숫자가 모자라 위기를 맞을 때가 많고, 수비를 성공했다 하더라도 김정우의 본래 위치가 비어 중원에서 상대보다 숫자가 모자라다 보니 공격루트가 없어 기습 공격을 감행하지 못해 공격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부서에서 누군가가 자기 역할을 다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이 임시로 그 일을 대신해서 큰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그것도 한 두번에 그쳐야 직장 분위기가 와해되지 않는 것이다. 마찬 가지로 수비수 한 명이 자기 위치를 잘 못 찾게 되면 그 여파가 전 선수에게 미쳐 모두가 힘들게 뛰면서도 효과적인 수비와 공격을 하지 못해 오늘처럼 힘든 경기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코칭 스텝에서는 차두리 본인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몰라서 그러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자기가 빠르기 때문에 뒤에서 추격해도 상대 공격수 보다 앞 설수 있다는 만용 때문인지 알아보고 적절한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오늘은 우리 아들과 축구를 같이 보며 이런 얘기를 했다. 만약 니가 차두리 이고 내가 차범근 해설위원 이었다면 오늘 첫 골 상황은 내 아들이 이런 점에서 잘못하여 안 먹어도 될 골을 먹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남의 아들이면 개인적인 실수를 지적하기 어렵겠지만 내 아들이기 때문에 지적해도 될 것 같은데 차범근은 그런 용기가 없는 것 같다. 니는 어떻게 생각하노? 다른 건 모르겠고, 허정무 감독님이 `차두리는 위치를 잘못 잡는다.` 는 말을 했다던데 그 말이 오늘 이런 상황이었네요. 그래 아마 허감독님은 오늘도 차두리를 기용할 마음이 없었을 텐데 축구를 모르는 누리꾼과 언론들이 하도 압박을 가하니까 할 수 없이 밀린 것 같애.... 차범근이 아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용기가 없었듯이 허정무도 언론의 압박을 이겨낼 용기가 없었던 것 같아 해외 원정 첫 16강 진출의 기쁨보다 아쉬움이 남는 한 판이었다.

정기홍		최선생님, 요즘 인터넷이나 신문보다 더 공감하면서 최선생님의 우리 축구 얘기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같은 경우는 차두리 보다도 김남일의 수비 실수가 더 결정적으로 사기를 떨어트리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어찌 김남일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정말 재미있게 축구 얘기 보고 있습니다.	2010-06-23 15:41:34
최영도		정선생님, 반갑습니다. 아이구 축구도 잘 모르고, 글도 졸필인데 읽어 주시는 분이 많아 고맙고 부담스럽습니다. 그렇죠 어제 아니 오늘 새벽 김남일이 다된 밥에 코를 빠트렸죠. 그런데 그 장면은 누구나 봐도 알 수 있는 실수라 이곳에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차두리가 칼루우체를 놓친 것은 실수가 아니고 평소에도 종종 범하는 실력입니다. 실수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무엇을 행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지적하는 단어 이고, 차두리 처럼 몰라서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행동은 실력이라 표현해야겠지요. 그래서 축구를 모르는 분도 김남일이 저지른 실수는 알아차리고 나무랄 수 있는데, 차두리가 수비를 할 줄 몰라 골을 준 상황이나 백커버 하는 위치의 잘못 등은 일반 사람들의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장면입니다. 이런 곳이나 신문에서 그런 실수가 있었다고 하면 아~, 그런가보다 하는 정도이지요. 그리고 아직 신문이나 인터넷 등에 차두리가 백커버 시 중앙 수비수 위치로 들어가야하는데 그 자리를 비워둔 채 공격하는 사람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는 그래서 그 것 때문에 우리 축구가 힘들어 진다는 지적을 하는 언론들이 없지않습니까? 언론들이 시청자의 수준에 맞춰 표현하다 보니 축구를 좀 아는 분들 사이에서만 차두리의 문제점을 얘기하고 있는 정도 이지요. 그렇다고 제가 잘 안다는 건 아니고...., 아뭏든 말이 길어 죄송합니다. 더 지켜보도록 합시다.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0-06-23 16: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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