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광인(狂人) 김의천  (Homepage) 2024-04-12(금) 11:22:32, 8214

1896년 가을, 영국 버크셔 주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현대 문학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만남이 이루어졌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을 편집하고 펴낸 제임스 머레이 박사가  옥스퍼드에서 기차를 타고서 90km 떨어진 이 시골 마을로 달려왔다. 머레이 박사가 이 마을에 온 목적은 <옥스퍼드 영어 사전>을 만드는데 많은 역할을 한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 중에서도 가장 크게 기여한 마이너 박사(의사)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거의 17년에 걸쳐(무려 17년!), 두 사람은 사전을 좀 더 잘 만들기 위해 정기적으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때까지 두 사람이 직접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머레이박사가 시골 기차역에 내리자 마차와 마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차로 20여 분 달려 머레이 박사가 도착한 곳은 놀랍게도.... 범죄 수용소였다. 범죄를 저지른 정신병자를 수용하는 곳이었다. 머레이 박사를 영접 나온 사람은 마이너 박사가 아니라 수용소의 원장이었다. 마이너 박사는 20년 넘게 이곳에 수용되어 있었던 범죄자였다. 미국인 마이너박사는 20여 년 前 런던 뒷골목에서 총으로 사람을 쏴 죽였다. 그러나 정신 이상으로 판명되어 종신 구금 형을 받은 상태였다. 머레이와 마이너, 두 사람은 이후 수십 차례 만났고, 30여 년 뒤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우정을 유지했다. 이 기록은 영국정부로부터 100년 간 비밀문건으로 분류되었다가 지난 세기말 공개되어 세상에 알려졌다. 어느 눈 맑은 작가가 이 기묘하고도 감동의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남겼다. 책 제목은; < 교수와 광인(the professor and the madm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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