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무 14 최영도  (Homepage) 2015-10-23(금) 07:33:30, 6234

교직을 그만두고 길동무란 이름으로 산길 답사에 나선 지 어느듯 4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산길을 혼자 걷다 보면 한번씩 옛 생각의 포로가 되곤한다. “영도씨를 몇 달째 가까이서 보게 되면서 느낀 게 하나 있습니다. 말해줘도 될까요?” “예, 해 주시면 고맙죠.” “영도씨, 하고 싶은 일이 많으시죠?” “예” “그런데, 되고 싶은 자리는 별로 없으시죠?” “예” “그게 현실감이 부족한 낭만주의자들의 일반적인 특징이라더군요. 게으른 사람은 분명히 아닌 것 같은데......” 1980년대 초중반에 나눴던 대화이다. 얼마나 갑갑하셨으면....... 그 때나 지금이나....... 30여 년간의 교직생활을 뒤돌아보면 정말 낭만주의자였던 것 같다. 내가 교직에서 주로 맡았던 역할은 교직원 친목회 일이었고, 생활지도부(구, 학생부)일 이었다. 서로 하지 않기를 바라는 일이었기 때문에 할 분이 안계시면 내가 주로 맡는 편이었다. 자랑스럽거나 후회스러운 생각은 전혀 없다.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세상일에 영향력을 가지신 우리 정치인들 중에 이런 낭만주의자들이 많이 계신다면 참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을텐데....... 정치라는 살벌한 현실에 몸을 담는 순간, 국민행복이란 낭만적인 일은 거두어 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인가 보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청와대에도 여의도에도 공천 패권다툼(war hegemony)의 살벌한 전운만 감돌고 있다. 당리당략과 계파갈등 그리고 온갖 비열하고 저급한 정치적 이유를 들이대며 계파의 이익과 자신의 영향력을 계속 보전시키려는 처절한 몸부림을 볼 때마다 여든 야든 저런 나부랭이들 속에서 덜 나부랭이를 고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선거 현실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우리 선거는 지방색이 짙은 망국적 묻지마 선거이다 보니 영남지역 이건 호남지역 이건, 게다가 영남이나 호남 출신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살고 있는 수도권 지역에서 조차도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이 많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지역구를 전략공천 지역구로 지정하여 자기 사람을 이런 곳에 출마시켜 친박이니 친노니 하는 양아치같은 패거리 국회의원들을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공천 이전에 국민의 뜻을 물어볼 수 있는 직접 예비선거(open primary)를 실시하는 것이 공천권자 보다는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인이 생겨날 확율이 높아질 것이며, 패거리 정치가 사라질 확율도 높아질 것이다. 기존의 정치 보스들은 자신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될 직접 예비선거(open primary)를 실시하지 않기 위해 이런 제도가 정치신인들의 정치권 진입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실시하면 안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말을 믿는 국민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현실 속에서의 예비선거에서 정치신인을 배제하고 기성정치인에게 표를 줄 확율이 얼마나 될까? 신인들의 난립으로 인한 표분산에 의해 기성정치인이 쉽게 공천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면 직접예비선거(open primary)를 통과한 2인이나 3인에 대한 당원 결선 투표제나 여론 조사 등의 방법으로 보완하여 조폭 세계와도 같은 현재의 정치권 패권 놀음을 정리하게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한 선거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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