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신불산 산행기 김동희  (Homepage) 2007-07-12(목) 20:28:20, 15246

<영축-신불산 산행기> 1. 때 : 2007.7.7(토)-2007.7.8(일), 1박 2일 2. 함께한 이들 : 지휘, 승민, 재영, 민결, 의홍, 준욱, 동혁      출근길, 파리봉을 본다. 어제 비가 내린 탓에 산중턱에 안개가 자욱하게 걸쳐져 있다. 그 풍 경을 보면서 산에 들고 싶은 마음을 또 누른다. 지난 주말 아이들과 영축-신불산에 다녀왔다. 산행기를 몇몇 아이들에게 써보라고 했는데, 오늘 아침 등교하니 책상 위에 의홍이의 멋진 산 행기가 올려져 있다. 읽다보니 새록새록 그 시간이 다시 떠올라서 좋다. 경험을 많이 했다고 해서, 그 많은 경험이 곧장 성숙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닐 터, 그 경험을 되새김하고 음미하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독후감이 되었든, 여행기가 되었든, 일기가 되었든,, 글을 씀 으로써 그 직/간접적 경험이 비로소 자신의 경험으로 살아나며, 그와 동시에 먼 훗날에 그 글 로써 빛바랜 과거의 경험을 되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의홍이의 산행기에 힘입어 여 유롭고 행복한 마음으로 지난 주말 산행을 회상에 본다.   적당한 인원이 모였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도전을 바라는 아이들의 마음은 그 자체로 큰 희 망이요, 성숙의 가능성이다. 산행을 희망한 아이들의 마음이 감사하다. 14:30 정시 출발한다 고 했는데, 다들 정시에 모이게 한 아이들의 마음이 또한 감사하다. 23번 버스에 탑승, 양산에 서 한 번 갈아타고, 신평에서 내려 영축산 들머리까지 걸어갔다. 본격적인 산행시작! 승민이 가 빨리 지친다. 해도 뉘엿뉘엿 지려고 해서 신불재대피소까지의 산행은 무리다 싶다. 그래서 취서대피소 관리인과 통화, 고맙게도 키가 있는 곳을 가르쳐주시며 하루 묵고 가라고 하신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100,000원 가격이 찍힌 차가 스무개 남짓 있었고, 맛있어 보이는 막걸리까 지... 이렇게 귀한 물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믿고 키를 내어주시는 아저씨를 보며 그래도 이 세상, 이런 분들이 있기에 그나마 훈훈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삶에, 그리 고 아이들의 삶에 이런 아저씨의 인정과 신뢰의 풋풋한 향기가 가득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신평에서 사온 김밥과 라면과 밥으로 저녁요기를 하고, 안개가 걷혔다 드리웠다를 반복하는 풍경 속에서 소주 한 잔 나누었고, 충주에서 여기까지 여자친구를 신불재에서 만나기로 했다 며 헐레벌떡 올라가는 아저씨와 유쾌한 시간 가졌고,, 신문지로 도배되어 있는 아늑한 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몇몇은 소주 몇 잔에, 산행피로에 자리에 누웠고, 남은 몇몇이 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밤이 참 좋은 기억으로 떠오른다. 세월이 흐른 후, 나 역시 그 밤을 소중하게 반추하게 되리라. 생각없이, 아무런 지향없이 살게 된다면, 주어진 것만 하 고 살게된다. 삶의 폭은 그만큼 좁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삶을 전체적으로 보고, 언젠가 찾아 올 죽음을 응시한다면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중시여겨야 하는 지 알게된다. 때마 침 류시화씨가 엮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시집이 있어,, 그 시와 함 께 이와 같은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공부에 최선을 다하되, 공부를 깊히 있게 할 것이 며, 또한 공부를 폭넓게 하여 사람과의 사귐, 독서, 여행, 운동 등도 공부의 범주로 기억해주 길 바란다. 멋진 사람이 되고픈 갈망들이 그들의 가슴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음이 느껴져 또한 좋은 밤이었다. 파이팅이다! 멋진 친구들, 더욱 멋지게 성장해 있을 너희들의 모습을 상상하 며 설렌다. 5명은 방안에서 잤고, 나를 비롯한 지휘와 재영이는 방 밖에 놓은 식탁에서 잤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밥을 하려고 밖을 나오니 어제 만났던 아저씨가 밖에서 주무시고 계신다. 두 번이나 같은 자리를 되돌아와서 끝내는 어젯밤 여자친구를 만나지 못한 아저씨,, 얼마나 아쉬웠을까... 아침을 해먹고, 고작 만원으로 그 감사함을 갚을 수 있으랴만은 만원과 함께 감사의 메모를 남기고 취서대피소를 나섰다. 영축산 정상에 도착하여 신불평원을 내려다 보아도 안개 속에 뒤덮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광활한 신불평원의 장엄한 풍경을 못보지 만, 안개가 자아내는 멋진 근경을 감상할 수 있어 좋지 않은가! 순간순간은 찬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순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바라보니, 그 순간의 좋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자욱한 안개로 뒤덮혔던 능선, 그 능선길에 놓인 원두막 한 채를 상상속에 그려본다. 하루종 일 그 원두막에 앉아 이 풍경들을 조망하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새 신불재로 내려섰다. 억새밭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시설물이 들어서 있다. 인위적 인 시설물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신불재대피소 옆 샘터에서 물 한잔 마시고, 곧장 하 산! 그럭저럭 몸을 담글 수 있는 계곡이 있어, 옷을 훌러덩 벗고 몸을 식힌다. 마을로 내려서 니 트럭 한 대가 내려온다. 태워주시려고 우리 앞에 먼저 선다. 조수석에 타고, 아이들을 짐칸 에 타고,, 편하게 아래까지 올 수 있었다. 아저씨의 인상이 워낙 좋아서,, 뚫어지게 보았다. 사 람의 얼굴이 이렇듯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 어떻게 사셨기에 이렇게 인상 좋을까? 거처를 물으니 저 산 속 불승사라는 절에 계시단다. 언제고 다시금 찾아 뵙고 싶었다.   대학 시절 수업을 땡땡이치고, 홀로 이 신불산을 찾은 적이 있었다. 안개가 자욱하게 밀려왔 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며 파란 하늘을 드려내곤 했던 그 신불평원 능선길을 걸으며,,, 저 세상 아래 내가 신경 쓰던 일들이 한 점 먼지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찾아와,, 가슴이 울렁였던 기억 이 난다. 중요한 것은 이 귀한 몸과 마음,,, 그리고 이 몸과 마음이 거하는 곳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이들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래서 언제 또 아이들과 함께 산으로 나설 지 모를 일이다.

최영도		방금 다녀가셨군요. 미소천사 하늘이 건강하겠지요. 김샘 글 읽으며 저도 옛기억의 영축산과 신불산, 간월산을 같이 걸었답니다. 언제 한번 더 가야할텐데 ...., 그냥 기억만 먹고 살았었는데, 대신 선생님이 다녀오셨군요. 산에서 맞는 짙은 밤 그리고 학생친구들과의 대화.....제 학창시절이 떠오르는 흐뭇한 밤이군요. 방학 중에 한번 뵐 수 있겠지요! 아름다운 글 읽으며 저도 아름다운 상상의 산행에 젖어보았습니다. 보고짚다.	2007-07-12 21:08:01
김동희		아~ 선생님 저도 보고짚습니다. 하늘이의 정식이름을 민기라 지었습니다. 집안에 대소사가 있을 때 찾아가곤 하는 철학관에서 지어주신 이름인데, 백성 "민" 자에 밥솥 "기"자를 씁니다. 백성의 밥솥이 되는 삶 살기를 지어주신 이름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오늘로 딱 두 달이 되었습니다.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크고 있습니다. 관심과 사랑 보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2007-07-13 05: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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