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날을 보내며 김정식  (Homepage) 2009-05-19(화) 07:18:45, 2901

5월 15일은 스승의 덕을 기리고 그 은혜에 감사하는 날이다. 우리 역사에 위대한 스승도 많으나, 온 겨레의 스승으로서 가슴 속에 자리할 이는 아마도 세종 임금보다 더 큰 분이 없을 것이다.   세종 임금은 1397년 5월 15일(음 4월 10일)에 나시어, 32년 동안 임금으로 계시면서 많은 업적을 남기셨는데, 이러한 업적을 기리고 겨레 위한 크신 뜻을 본받자는 뜻에서 5월 15일을 세종날이자, 스승의 날로 정한 것이다.      유네스코에서는 훈민정음 곧 한글을 ‘세계 기록 문화 유산’으로 지정하였고, 세종 대왕 탄일을 ‘문맹 퇴치의 날’로 정하였으며 1990년부터 해마다 문맹 퇴치에 공이 큰 사람에게 ‘세종 대왕 상(King Sejong Prize)'을 주고 있다. <1989. 6. 21.제정>   이는 우리 한글의 뛰어난 창의성과 과학성에 찬사를 보낸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함께 요청하여 만든 세계적인 상이다. 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가슴 뿌듯한 일인가?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의 생리학 교수이자 퓰리처 상의 수상자인 다이아몬드 교수는 진화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한글은 인류가 개발하여 온 문자 중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뛰어난 문자임을 발견하였다.’고 말하며 그 근거를 과학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처럼 온 세계가 한글의 위대성을 찬탄하고 있는데 막상 그 주인인 우리는 어떤가? ‘세계화’를 내세우며 방송과 신문은 국어의 목을 조여가고 있고, 외래말투의 남용으로 우리 말법은 무너지고 있다.   ‘반갑습니다’가 좋으련만 ‘굳모닝하십니까?’나 ‘좋은 아침입니다.’가 우리의 귀를 따갑게 때리고, ‘열두 군데’를 ‘12개소’로, ‘비만 치료’를 ‘비만 클리닉’으로 쓰고들 있다.   오늘과 같은 ‘국제화 시대’에 외국어 배척이란 고루한 생각에 빠져서도 안 되겠지만, 정부의 ‘세계화 정책’을 ‘한자 조기 교육’이나 ‘영어를 공용어로’ 이해하는 착각을 저질러서도 안 되겠다.    세종께서는 한자 외에 다른 문자를 만드는 일은 ‘이적 행위’라고 주장하는 최만리와 같은 사대주의 학자들을 물리치고 독창적인 우리의 문자 한글을 만드셨다. 왕위까지도 중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당시 중국 문화 숭배에 젖어 있던 그 시대에, 우리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로는 통하지 않음을 천명한 일은, 오늘날 남의 것만 흉내내는 얼빠진 일부 국민들에게 큰 깨우침을 주는 주체 정신이요, 자주 정신이다.    서양 문화에 대한 맹종이 젊은 세대의 정신을 좀먹고 있다. 우리의 세시 풍속 단오절은 몰라도 서양 연인의 날인 발렌타인데이는 꼭꼭 찾으며, 대보름 전날 밤 지신밟기는 몰라도 서양 귀신 쫓는 날인 핼러윈은 잊지 않는 청소년들이다. 우리의 문화와 풍속은 다 버리고 서양 문화와 풍속을 쫓아가는 젊은이들의 중증 사대주의를 걱정하는 보도나 지도자들은 없다.       세종날을 맞아 우리는 주체성을 지닌 겨레로서, 먼저 바르고 고운 우리말을 쓰는 국민이 된 후에 국제인의 자질을 길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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