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없다 / 핑계 김정식  (Homepage) 2016-03-10(목) 07:04:57, 6849

필요 없다   겁쟁이 어린이에게 용기를 줄 때 “겁낼 필요 없어.”나 “무서워할 필요 없어.” 따위의 말을 쓴다. 또, 취직 시험이나 대학 입시에 떨어진 사람을 격려할 때, 흔히 “낙심할 필요 없어, 용기를 내!”, “좌절할 필요 없어, 더욱 노력해 봐.” 하는 말을 쓴다.    그런데 겁내고, 무서워하고, 낙심하고, 좌절하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까닭)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저절로 생기는 심리적 현상이지, 필요성을 느껴서 의도적으로 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필요 없다’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필요 없다’를 ‘이유 없다’로 바꿔, “겁낼 이유 없어.”, “낙심할 이유 없어.”로 쓰면 논리에 맞다. 그러나 썩 자연스런 표현은 못 된다. ‘이유’ 대신 ‘것’을 써서 “겁낼 것 없어.”, “낙심할 것 없어.” 하면 훨씬 자연스러우나, “겁내지 말아.” “무서워하지 마.”, “낙심하지 말아.”, “좌절하지 마.” 하는 것이 더 깔끔하다.        핑계      상대방이 묻거나 시킬 때에 대답하는 말 ‘예’를 제외한, ‘계, 례, 몌, 폐, 혜’에 쓰인 이중모음 ‘ㅖ’는 단모음화하여 [ㅔ]로 소리난다. 예를 들면, ‘계집, 계시다, 핑계’는 [게집, 게시다, 핑게]로 발음된다. 이로 인해 ‘계’를 써야 할 곳에 발음에 따라 ‘게’를 적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표기법이란 반드시 발음 형태와 일치하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ㅖ’형태로 굳어져 있으므로, 이들을 표기할 때는‘계집, 계시다, 핑계’로 적어야 옳다. 다만 ‘게시판(揭示板), 게양(揭揚), 게송(偈頌 ; 부처의 공덕을 찬미하는 노래), 휴게실(休憩室)’같은 한자말은 본음대로 적는다.    이 밖에도 ‘ㅖ’형태로 적는 말로는 ‘사례(謝禮), 혜택(惠澤), 폐품(廢品), 계수(桂樹), 연몌(連袂 ; 행동을 같이 함)’ 따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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