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不拘)하고 / 비비다 김정식  (Homepage) 2017-05-16(화) 05:16:34, 6946

◉ 불구(不拘)하고   「바쁘신데도 불구하시고 이렇게 와 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무더위에도 불구하시고 외출하셨다.」란 말을 자주 쓰는데, 여기에 쓰인 「불구하시고」는 「불구하고」로 고쳐 써야 옳다. 우리말에 「불구하시고」란 말은 없다.    <불구하고>는 「심한 감기에도 불구하고 시합에 나갔다.」「눈이 옴에도 불구하고 길을 떠났다.」「그렇게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등에서처럼 「-에도, -ㄴ(은/는)데도」다음에 붙어「무엇에 얽매이거나 거리끼지 아니하고」란 뜻으로, 앞의 말뜻을 반전하여 뒷말에 이어주는 구실을 한다. 곧, <불구하고>는 용언이 아닌 관용어의 성격을 띤 말이다. 그러니 <-시>뿐만 아니라 어떤 어미도 붙여 쓸 수 없다. ◉ 부비다 → 비비다   「손을 부비면서 애원한다.」「송곳을 부비어 구멍을 뚫는다.」처럼 「비비다」를 써야 할 자리에 더러 「부비다」를 쓰는 예가 있다. 「두 개의 물건을 서로 문지르다.」나 「송곳 같은 것으로 구멍을 뚫으려고 이리저리 돌리다.」의 뜻으로 「부비다」「비비다」를 쓰고 있으나, 표준어는 「비비다」이다.    「부비다」는 시(詩)에서 더러 볼 수 있다. 「그는 다정히 내 손을 쥐고 손등을 부벼 주며」황석우의 <잠> 「흰 눈이 나리면/순결한 살엔듯/나의 볼을 부비자.」김현승의 <독신자>   그러나 이 「부비다」는 고어 「부븨다」가 변한 것으로, 지금은 방언으로 처리되고 있다.    따라서 「부비대다/부비적거리다/부비송곳」따위는 다 비표준어로, 「비비대다/비비적거리다/비비송곳」을 써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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