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색말투 <축제> 김정식  (Homepage) 2010-03-30(화) 08:05:57, 3228

축제(祝祭)    해마다 봄⋅가을이면 대학이나 각종 문화 단체에서 개최하는 OO 축제, OO 문화제, 방송제, 가요제, 부산 영화제, 개천 예술제, 남원 춘향제, 진해 군항제, 한라산 철쭉제 등이 있다. 요즈음은 각 지방 자치 단체마다 경쟁하듯이 이런 잔치를 열고 있어, 그 효율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그 잔치의 명칭이 한결같이 'OO 축제', 'OO제'란 왜색말을 쓰고 있으니 더욱 답답하고 부끄러운 노릇이다. 또 '연제 한마당 축제'처럼 고운 우리말을 쓰다가도 그 행사를 더 잘 알리기 위해서인지 뜻이 겹치도록 뒤에다 '축제'란 말을 붙이고 있다.   ‘축제(祝祭)’란 본디 일본말로 우리의 ‘굿’과 비슷하며, 서양의 ‘festival’에 해당한다. 일본말 사전을 보면 ‘①축하의 제사, ②축하와 제사.’로 풀이되어 있고, 제사를 뜻하는 ‘まつり(마쓰리)’는 제물을 바치고 주악을 울려서 신령을 위로하는 뜻과 함께 おまつりさわき(오마쓰리사와키)란 말이 있어 ‘제사를 지낼 때의 시끄러움’ 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떠들썩하고 시끌벅적한 느낌이 드는 ‘축하의 제사’란 말부터 우리들이 지내온 제사와는 전혀 다른 이해할 수 없는 남의 나라, 다른 민족의 전통인 것이다. 우리 나라의 제사는 조용하고 엄숙하게 지낸다. 그러므로 ‘제사 제(祭)’자 앞에 ‘빈다’는 뜻인 ‘축(祝)’자를 붙일 수가 없다.   앞에서 열거한 행사는 ‘제사’도 ‘굿’도 아닌 ‘잔치’다. 못골 (큰)잔치, 학예 잔치, 가요 잔치, 토요 노래 자랑, OO 모꼬지, 연제 한마당, 대학 학술 대회, OO 발표 대회, 여름 특별 의류 큰장날 등 바꿔 쓸 말은 얼마든지 있다. 굳이 한자식으로 한다면 ‘축전(祝典)’이나 ‘향연’도 써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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