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들 / 전화 바꾸다 김정식  (Homepage) 2010-03-17(수) 08:31:56, 3294

저희들   ‘저희’는 ‘나’의 낮춤말인 ‘저’의 복수로, 같은 또래가 한편이 되어 윗사람을 상대해 말할 때 쓰는 말이다. 졸업식 후, 같은 반 학생들이 “선생님, 이제 저희는 물러가겠습니다.” 하고 쓸 말이다.   그런데 방송에서 더러 “저희들이 광복 이래 얼마나 많은 노래를 불렀던가요? … 6․25 전쟁으로 저희들은 이산의 비극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KBS1 ‘흘러간 노래’ 사회자 김동건)” 하는 말을 듣는다.   이 방송대로라면 광복 이후 많은 노래를 부르고 전쟁으로 이산 가족의 비극을 맛본 사람들은 ‘사회자 집단뿐’이란 말이 된다. ‘저희들’을 ‘우리들’, ‘우리 국민’ 또는 ‘우리 겨레’라고 고쳐 말해야 한다.   또, 방송에서 저명 인사들이 말하는 ‘저희 나라’도 마찬가지다. 무릇 나라나 겨레 등은 가장 높은 정신적 대상에 해당된다. 말하는 이, 듣는 이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은 나라나 겨레와의 관계에서 같은 내적 구성원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하여는 겸양의 형식을 쓸 수 없다. 오직 ‘우리 나라’, ‘우리 겨레’를 쓸 수 있을 뿐이다. 특히 외국 사람을 상대로 얘기할 때 ‘저희 나라’라고 말하면 스스로를 비하하는 표현이 된다. 학교나 관공서에서 자체 문제를 얘기할 때도 '우리 학교' '우리 교육청' '우리 부서'로 말하도록 해야 한다.                                                                 전화 바꿨습니다   “자네 집에는 왜 전화가 잘 안 되지?”, “그렇잖아도 전화기가 나빠 바꾸려고 하네.” 이럴 때는 쓰던 전화기를 버리고 새 전화기를 달겠다는 뜻이니 ‘바꾸다’란 말이 옳게 쓰인 경우다.      그러나 보통 때 전화 있는 곳에서 늘 듣고 쓰는 말, “박서방 바꿔라.”, “언니 바꿔 줘.”, “사장님 바꿔 드릴까요?”의 ‘바꾸다’는 아무래도 귀에 거슬리는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이 얼마나 치졸하고 망측스러운가!      전화는 얼굴만 보지 않을 뿐,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경우와 똑같은 예절을 갖춰야 한다. 그러니 전화를 받았을 때는 “예, 제가 OO입니다.”라고 해야 하고, 걸 때는 상대방에 따라 ‘불러’, ‘대해’, ‘모셔’ 등을 잘 가려서 “박서방 좀 불러 다오.”, “언니 좀 대해 줘.”, “사장님 모셔 드릴까요?”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또, 통화를 끝낸 후 “끊어!” 하는 말맛도 좋지 않다. “안녕!”, “또 만나.”, “잘 있어.”라고 하면 다정하고 예절 바른 말이 될 것이다.   ‘편리’도 좋지만, 거기에 비례해서 정확하고 간결한 말씨, 친절하고 정중한 예절이 전화의 생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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