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름말에 대한 몇 가지(2) 김정식  (Homepage) 2009-03-24(화) 06:53:30, 3459

1. ‘당신’에 대하여      한 낱말이 높임과 낮춤에 다 쓰이는 일이 있는데 ‘당신’이 바로 그런 말이다.   (1) 할머니께선 당신의 괴로움을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으신다.   (2) 이 일은 당신이 맡으시오.   보기 (1)의 경우는 3인칭 웃어른을 매우 높여 일컫는 말로 ‘當身’  (그 몸, 자기, 자신,)이란 한자말이고, 보기 (2)는 ‘하오’ 할 자리에서 2인칭 상대가 되는 사람을 일컫는 순 우리말이다.   그런데 (1)의 ‘당신’을 쓸 자리에 ‘자기’란 말을 써서 예의를 잃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매우 조심해야 할 일이다.   ・할머니께선 자기의 괴로움을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으신다.(×)   ・그 친구는 자기의 어려운 사정을 자주 이야기한다.(○)      그리고 2인칭 상대를 일컫는 ‘당신’은 ‘너, 자네’의 높임말로, ‘-오, -소’와 같은 용언 어미와 어울린다.   ・이 책은 네가 가져라.   ・이 책은 자네가 가지게.   ・이 책은 당신이 가지시오.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소.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의 언어 느낌은 좀 다르다. 남과 말다툼이 벌어졌을 때 ‘당신’이란 말이 튀어나오면, “뭐, 당신?”하며 더욱 격해진다. 이것은 ‘당신’이란 말 속에 높임의 뜻이 들어 있지 않다고 느끼는 증거이다.       달라진 언어 느낌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언어 현실이므로 2인칭으로 쓰는 ‘당신’은 조심해 써야 할 말이다.      2. ‘-님’에 대하여   만해 선생의「님의 침묵」에 나오는 ‘님’이나 고려의 노래「가시리」,「동동」에 나오는 ‘님’은 ‘사모하는 사람’을 뜻하며, 정서의「정과정곡」이나 정철의「사미인곡」,「속미인곡」에 나오는 ‘님’은 ‘임금’을 뜻한다.   이 ‘님’은 모두 자립적으로 쓰이는 명사로, 오늘날 맞춤법에선 ‘임’으로 쓴다. ‘님의 침묵’도 물론 ‘임의 침묵’으로 써야 한다.      그러나 ‘부모님, 과장님, 따님’처럼 명사 뒤에 붙는 ‘님’은 높임을 나 타내는 접미사로 홀로 쓰이지 못한다.     어느 쪽의 ‘님’이든, 그것은 순 우리말이다. ‘先生任, 社長任, 兄任’처럼 ‘님’을 한자 ‘任’으로 쓰는 것은, 지난날 우리글을 업신여기던 사람들이 ‘님’이란 한자가 없으니 소리가 비슷한 ‘任’을 빌려와 적은 것으로, 이는 바로 잡아야 할 일이다.       접미사 ‘-님’은 편지의 겉봉에 자주 쓰이는데 ‘정OO 님, 박삼돌 사장님’으로 쓰면 ‘정OO 귀하, 박삼돌 사장 귀하’ 하는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다정하게 느껴질 것이다. 어떤 이는 공식 문서에는 반드시 ‘귀하’를 써야 한다고 하나, 공식 문서라고 해서 굳이 딱딱한 말투를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귀하’의 사전 풀이는 ‘편지나 물품 등을 받을 사람을 높이어, 그의 이름 뒤에 붙이는 말’이다. ‘님’은 이 ‘귀하’라는 한자말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딱딱하게 느껴져 바꾸어 쓴 말이므로, ‘정OO 님께’나 ‘박삼돌 사장님께’와 같이 굳이 ‘-께’를 덧붙일 필요도 없다. 지난날 겉봉쓰기가 일정하지 않았던 때에는 받을 이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밝히기 위하여 ‘앞’이니 ‘前’이니 ‘-께’를 덧붙여 썼지만 요즈음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또, ‘-님’은 띄어쓰기에 유의해야 할 말이다. ‘사장님’, ‘형님’과 같이 높임의 뜻을 나타내거나, ‘해님’, ‘토끼님’과 같이 어떤 대상을 인격화하여 높이거나 다정스레 일컬을 때는 앞말에 붙여 적는다.   그러나 ‘최현배 님’, ‘외솔 님’처럼 고유 명사 뒤에서 호칭어로 쓸 때는 띄어 쓴다.  이에 대한 공식 규정은 아직 없는데, 이는 ‘우리 나라 성씨에는 김씨가 많다.’의 ‘김씨’는 붙여 쓰나, ‘김길동 씨, 길동 씨, 김 씨(김길동 씨를 일컫는)’에서는 ‘씨’를 띄어 쓰는 것과 같은 것이다.

김영국		'당신'이 3인칭으로 쓰이면 아주높임이 되고 2인칭으로는 예사높임이 되는데 가끔 '당신'을 2인칭 아주높임으로 쓰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다들 제대로 썼으면 좋겠습니다.	2009-03-24 18: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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