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절(中秋節)’과 ‘중추(仲秋)' 김정식  (Homepage) 2010-09-16(목) 16:39:30, 3618

‘중추절(中秋節)’과 ‘중추(仲秋)’   우리의 고유 명절 추석을 일컫는 말에 가배(嘉俳, 嘉排)․가우(嘉優)․가배일․가배절․가우일․한가윗날․가윗날 등이 있다. 이 중 ‘가배’나 ‘가우’는 한자로 기록되었더라도 한자말이 아니라 음차 표기한 우리의 고유어다.   그런데 추석을 전후하여 아직도 ‘仲秋節’, ‘仲秋佳節’ 같은 말들을 즐겨 쓰는 기관이나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 쓴 것이다.      ‘仲秋’는, 가을 석 달을 孟秋(7월), 仲秋(8월), 季秋(9월)라 하듯이 음력 8월을 일컫는 말이므로, 추석 명절은 ‘中秋’가 옳다. 꼭 한자로 써야 할 처지라면 ‘中秋節’, ‘中秋佳節’을 쓰고, 이보다는 ‘추석 명절’이나 ‘즐거운 한가위’라고 쓰면 더욱 친근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일(來日)’의 토박이말은   <그끄제 - 그제 - 어제 - 오늘 - 내일(來日) - 모레 - 글피 - 그글피>, 날짜 낱말의 사슬이다. 단일어만으로 이루어진 이런 날짜 사슬은 세계 어느 언어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말만이 가진 풍성함이다.    그런데 이 중 일곱은 토박이말인데 ‘내일’만이 한자말이다. 어느 문필가는 우리말에 ‘내일’을 뜻하는 낱말이 없다는 것으로 ‘과거의 우리 민족은 내일이 없이 살아 왔다.’고 가당찮은 재치를 부렸다. 망발도 유분수지, ‘모레’, ‘글피’가 있는데 ‘내일’이 없을 리 있겠나?    『계림유사』에 보면 ‘明日曰 轄載’라 하였다. 누가 보아도 ‘明日’과 짝지어진 ‘轄載’는 ‘내일’을 뜻하는 토박이말을 적은 것임이 분명하다. 이 ‘하제’ 역시 한자 세력에 밀려 사라진 것이다. (‘轄載’의 음독은 ‘올제, 할제’라는 설도 있으나 ‘하제’가 가장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분별 없이 쓰는 경어
다음글 :	무너지는 경어법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