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 없이 쓰는 경어 김정식  (Homepage) 2010-10-04(월) 06:26:45, 3484

분별 없이 쓰는 경어   “아빠, 우리 그이께선 이가 아파 아무것도 잡숫지 못하셔요.”   시집간 딸이 친정 아버지께 하는 말이다. 자기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남편에게는 가장 공경하는 예를 표하면서 길러 주신 어버이에겐 버릇없이 군다. ‘치아가 편찮으셔서’ 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 할 것인가? 이 말은 “아버지, O 서방은 이가 아파 아무것도 먹지 못합니다.”라고 해야 한다.      전통적인 경어 체계가 흔들림에 따라 높임말을 쓸 곳에는 쓰지 않고, 쓰지 않아야 할 곳에 쓰는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시-’의 남용이다.   “사장님 차는 아주 비싸신 것 같은데요.”   “사돈 댁은 정원이 참 크십니다.”   이러다간 ‘사장님 머리님에 파리님이 주무십니다.’란 말도 나올 법하다.   “사장님 차는 꽤 비싼 것 같습니다.”   “사돈 댁은 정원이 참 큽니다.” 이 정도면 족하다.      그러나 경어에는 높여야 할 대상의 신체 부분, 소유물, 주체와 관련된 사물의 말에 ‘-시-’를 붙여 주체를 간접적으로 높이는 방법도 있다.   “할머님은 아직도 귀가 밝으십니다.”   “그분은 시계가 없으십니다.”   “형님은 비교적 살림이 넉넉하시다.” 등의 예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경어의 오용과 남용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존경어와 겸양어 사용의 혼란이다.   “할아버지, (생일)이 언제셔요?”   “선생님께선 오늘 (아프셔서) 못 나오셨습니다.”   “부장님, (아들되는 분)은 대학에 합격했습니까?”   “여기 모이신 (주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의 (   ) 부분은 ‘생신’, ‘편찮으셔서’, ‘아드님’으로 써야 하고, 끝의 ‘주부님’은 계층을 가리키는 말이므로 ‘여성분, 여자분’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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