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법에 어긋난 말들(1) 김정식  (Homepage) 2009-03-30(월) 07:23:17, 3851

① 쥬라기 공원 →  쥐라기 공원   원어로는 Jurassic Park이다, ‘Jurassic'은 지질학의 한 시기를 가리키는 말인데, 우리 나라 과학 교과서에는 이미 ‘쥐라(기)’로 쓰고 있다.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지역의 한 산에서 따 온 말이기 때문에 ‘쥐라’라 한 것이다. 따라서 영화 제목도 ‘쥐라기 공원’이라 했어야 옳다.      우리는 ‘쥬스, 비젼, 챠트’와 같은 틀린 표기를 자주 본다. ‘주, 전, 차’ 보다 ‘쥬, 젼, 챠’로 발음해야 원어에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국어에서는 ‘ㅈ, ㅊ’ 다음에 ‘ㅑ, ㅕ, ㅛ, ㅠ’ 등의 이중 모음이 오는 말이 없다. 외래어도 국어이므로 국어의 규칙을 따라 ‘주스, 비전, 차트’로 써야 한다.   ② 빠리 →  파리(Paris)   프랑스 사람이 Paris를 발음하는 것을 들어보면 영락없이 ‘빠’이지 ‘파’로 들리진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의 외래어 표기법은 ‘빠리’가  아니라 ‘파리’로 적도록 하고 있다. ‘빵’, ‘껌’ 등 굳어진 몇몇 단어를 제외하고는 된소리를 쓰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어의 pack과 back은 p와 b의 차이 때문에 구별되는데, p는 안울림소리이고 b는 울림소리이다. 국어에서 b와 가장 가까운 소리는 ‘ㅂ’이다.  그런데 p의 발음은 언어에 따라 다르다. 영어 독일어의  p는 국어의 ‘ㅍ’에 가깝고,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은 ‘ㅃ’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프랑스의 인명, 지명도 ㅋ, ㅌ, ㅍ 등을 사용해 ‘데카르트’, ‘단테’, ‘나폴리’로 적고 있다. 이를 원음에 가깝도록 ‘데까르트’, ‘단떼’,  ‘나뽈리’로 적는다면 찬성보다는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외래어 표기는 외국어의 원래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는 것도 좋지만, 어차피 가까울 뿐이지 원래 발음 그대로는 아니다. 외국어 발음에 가깝게 적기 위해 수십 년 간 지켜온 관습과 관행을 허물기는 어렵다.   ③ 화일 →  파일(file)    file, fashion을 국어로 적을 때 ‘파일, 패션’이냐, ‘화일, 홰션’이냐 하는 문제가 생긴다.   <f>를 ‘ㅍ’ 으로 적으면 fan과 pan이 둘 다 ‘팬’이 된다. 곧 외국어에서는 다른 단어가 국어에서는 동음어가 되는 셈이다.   <f>를 ‘ㅎ’으로 적으면 fight와 white은 ‘화이트’요, feel과 wheel은 ‘휠’이 된다. 어떻게 적든 동음이의어는 생기게 되어 있다.     <f>가 어말이나 자음 앞에 오는 경우도 많은데, golf를 ‘골흐’ ‘골후’라 적는 것보다는 ‘골프’가 낫다. muffler는 ‘머흘러’보다는 ‘머플러’가 낫다.   그래서 현행 「외래어 표기법」(1986)은 외국어에서 <f>소리를 가진 외래어는 ‘ㅍ'으로 적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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