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있으십니까 김정식  (Homepage) 2011-09-06(화) 06:13:56, 3399

시간 있으십니까       “선생님, 시간 있으세요?”, “예, 있습니다.”, “그럼, 잘 됐군요. 한가지 의논 드릴 게 있는데….”, “다음 시간에 하시죠. 제가 이 시간은 수업이 있어서….” 학교에서 선생님끼리 자주 있는 대화다.   조용히 상담하고 싶은 부형이 찾아와 “선생님, 시간 있으십니까?”라고 묻는 말에 “예, 있습니다.” 하니, 부형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럼 몇 시에 끝납니까?” 한다.   여기의 ‘시간’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곧, ‘자유 시간’과 ‘강의 시간’이다. 이 해석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서로 다를 때 혼란이 빚어지는 것이다. 위의 경우는 ‘수업 있으세요?’라든가, ‘좀 상의 드릴 시간이 있을까요?’라고 의미 전달이 분명히 되도록 해야겠다.      언어 기호는 아무리 잘 사용되더라도 모호성을 지니게 마련이다. 그것은 무한한 사상에 대한 언어의 유한성 때문에 언어가 지닌 숙명이라고나 할까.      “여기 자리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예”라는 대답을 듣고 그 자리에 앉았더니, 상대방은 “자리 있다니까요.” 하고 볼멘 소리를 한다. 여기 ‘자리’도 ‘빈 자리’와 ‘맡아 놓은 자리’의 두 가지 의미로 다르게 받아들인 것이다. 이 경우는 ‘자리 비었습니까?’ 또는 ‘이 자리에 손님 계십니까?’로 물으면 혼란이 없을 것이다.

김영국		좋은 지적입니다. 이런 걸 국어시간에 가르쳐야 하는 건데 말입니다. 여름 잘 넘기셨네요. 교장선생님 글은, 몸에 좋으면서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같습니다.^^	2011-09-06 09:27:06
최재성		김정식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인터넷이라는 공간의 일부를 생성하고 만들어 가는 저로서는 참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세상을 저 혼자의 힘으로는 바꿀 방법은 없지만, 선생님의 말씀을 읽고 익혀 바른 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늘 노력하겠습니다.	2011-09-06 11: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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