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割引) / 호열자(虎列刺) 김정식  (Homepage) 2011-08-16(화) 06:53:32, 3852

할인(割引)    우리가 멋모르고 쓰는 할인(割引 : わりびき[와리비키]), 할당(割當 : わりあて[와리아테]), 할증금(割增金 : わりましきん[와리마시킨]), 할증료(割增料)가 모두 일본식 한자말이다. 여기에 나오는 ‘わり(와리)’는 ‘나눔’이란 뜻으로 와리캉(わりかん : 나눠 내기, 각자 부담), 와리바시(わりばし : 소독저) 따위처럼 일본말이 그대로 쓰이기도 한다.          하도 ‘와리’란 말을 많이 쓰니까, ‘할(割)’이란 한자음조차 일본음 [활]을 따라 광복 후 오랫동안 ‘활인, 활당, 1활’이라고 틀리게 써 왔다. 입으로는 일본을 싫어한다면서 언어와 문화는 지나치게 일본을 따르고 있으니, 우리의 주체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쉬운말 사전(한글 학회)』에 보면 ‘할인’은 ‘덜이, 깎음’, ‘할당’은 ‘노느매기, 배정’, ‘할증금’은 ‘덧돈, 덤돈, 얹음돈’, ‘할증료’는 ‘웃돈’으로 나온다. 얼마나 쉽고 쓰기 좋은 우리말인가.       호열자(虎列刺, コレラ)   요즘은 이 말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으나, 광복 후부터 80년대까지 많이 쓰던 말이다. 일본 사람들이 서양말 ‘cholera’를 ‘고레라’로 발음하고 ‘虎列剌(호열랄)’로 적었다. 이를 우리가 받아들이면서 ‘剌(랄)’을 ‘刺(자)’로 착각하여 ‘호열자’로 읽은 것이 굳어진 것이다.      어느 유식한(?) 엉터리 약장수는 한자의 뜻을 풀어, “이 병에 걸린 환자는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 갈기갈기 찢듯 창자가 갈기갈기 망가져서 심한 구토 설사를 하다가 죽는다.”는 괴상한 학설을 내뱉기도 했다.   ‘콜레라’로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는 우리 음운은 버려 두고, 소리와 글자가 불충분한 일본의 꽁무니를 따르다 보니 이런 우스꽝스런 일이 벌어진 것. 이젠 이런 넋빠진 어릿광대 노릇은 안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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