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서류 - 이스마엘 카다레 김민서  (Homepage) 2010-02-06(토) 12:37:17, 8020

이스마엘 카다레는 알바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로 1990년 프랑스로 망명하였고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작가이다. 'H.서류'는 1930년 대 알바니아의 한 산악지방에 호메로스를 연구하러 찾아온 아일랜드 출신의 젊은 두 학자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장편소설이다. 작은 마을은 두 외국인의 도착으로 작은 혼란에 빠지고 외국인들을 스파이로 오인하는 등, 오해와 무지가 빚어내는 우스꽝스러운 비극이 발생한다. 인간 속에 숨어있는 속물근성과 허위의식을 적나라하게 들춰낸 작품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호메로스 개인에 의해 지어진 것일까, 어쩌면 그 서사시들은 음유시인들에 의해 구전되어온 것들을 단지 호메로스가 채록하여 재편집한 것이거나 호메로스는 그런 일들을 하던 집단의 이름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의문들을 그 지방에 사는 음유시인들의 노래를 축음기로 녹음하여 연구하고 비교 분석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물론 소설에서는 그 해답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고 있지는 않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새로운 모색을 해볼 것을 귀뜸해 주고 있다. 물론 이것은 픽션이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가당치도 않거나 때로는 온당한 의문들을 제기함으로써 읽는이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것, 이게 바로 소설 쓰는 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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