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의 기술 김영국  (Homepage) 2020-10-19(월) 19:58:31, 17148

아부는 야비한 처세술이라고 생각했다. 아부는 간신배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 직언만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직한 충신 흉내를 내려고 애썼다. 바보였다. 대학시절 ‘발음교재’ 담당 교수가 경상도 억양이 듣기 싫다고 짜증을 냈을 때 투덜거렸다. “발음이면 몰라도 억양이 듣기 싫으시면 차라리 서울대학교로 옮기시지.” 결국 나는 2학점짜리를 조졌다. 교생실습 가서는 지도교사의 지도방법을 문제 삼았다가 4학점짜리를 망치고 말았다. 평교사 시절 주제넘게 간관(諫官) 행세하다 교장선생님들한테 밉상이 되었다. 승진 때 부장 점수가 모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아부를 하지 못한 한은 이뿐이 아니다. 부모님에게 아부를 해본 기억이 없다. 내가 성인이 되고 부모님이 늙으셨을 때라도 아부를 해드렸으면 얼마나 기뻐하시고 기운을 얻으셨을까. 돈 드는 일도 아닌데 왜 몰랐을까. 아내에게도 미안하다. 자식들에게도 아부를 해준 기억이 없다. 괜히 칭찬해주면 주제파악도 못하고 껍죽댈까 걱정했던 것 같다. 손주들한테는 과장된 칭찬을 많이 해주는 편이다. 그 반에 반만큼이라도 자식들을 추어주었으면 힘이 되었을 텐데. 그리고 이른바 문제 학생들에게도 아부를 하지 않았다. 칭찬할 구석이 없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의 칭찬에 목마른 그들에게 가벼운 아부 한 마디가 얼마나 절실했을까. 평생 ‘갑’의 직업에서 물러나고 나서야 득도(?)했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말고,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자.’ 만시지탄이다. 후회막급이다. 남은 생에라도 아부를 하고 싶다. 어차피 덤으로 사는 인생, 받은 은혜 갚는 마음으로 아부를 남발하고 싶다. 아부로 세상 한 구석이라도 좀 밝히고 덥혀보고 싶다. 아부의 요령을 배우려 늦게사 이곳저곳 기웃거렸다. 아래에 열거된 기술들은 리처드 스텐걸의 <아부의 기술>(YOU'RE TOO KIND)에서 도움을 받았다. 나중에 저처럼 후회하지 마시고 아부 마구마구 남발하시길.^^(국가 중대사, 회사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 아닌 한에서) 1. 눈치 채지 못하게 하라. - 드러나면 효과 반감한다. 2. 본인이 없는 곳에서 칭찬하여 본인이 삼자로부터 듣게 하는 것이 최고다. 3. 칭찬 끝에 부탁하지 마라. 4. 칭찬할 포인트를 의식적으로 찾으라. - 근거 없는 칭찬은 금방 드러나기 십상이다. 5. 구체적으로 칭찬하라. 6. 누구나 아는 사실은 칭찬하지 마라. - 미인에게는 미모보다 지성을 칭찬하라. 7. 비밀을 말하라. 8. 조언을 구하라. 9. 가벼운 부탁을 하라. - 자신이 호의를 제공한 사람을 좋아한다. 10. 그냥 열심히 듣는 것도 아부다. - 상대방의 눈을 보며 집중하라. 11. 리액션을 배워라. - 아줌마 방청객들이 모범이다. 12. 썰렁한 개그에도 웃음을 남발하라.(여자는 웃기는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는 웃어주는 여자를 좋아한다.) 13. 가끔 짧은 질문을 하되, 말을 자르고 끼어들지는 마라. 14. 작은 흠은 모른 척 넘어가라. 15. 작은 변화를 포착하여 칭찬하라.(헤어스타일 넥타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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