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걱정은 쓸데없는 짓일까 - 이런 생각14 김영국  (Homepage) 2024-04-14(일) 08:15:13, 20506

탈렌트 이선균을 많이 걱정하고 안타까워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극중 이선균의 캐릭터가 자연인 이선균과 겹쳐지면서 탈렌트 이선균의 팬이 되었던 것 같다. 그의 혐의와 뒷담화 그리고 그의 최후를 듣고는 한동안 우울했었다. 가수 나훈아의 은퇴 소식을 접하고는 ‘그래 박수칠 때 떠나는 게 맞지.’ 하면서도 그 끼 많은 사람의 쓸쓸한 노후를 걱정하고 있다. 어떤 연예인이 오랫동안 보이지 않으면 그분의 건강과 생계까지 걱정한다. 특정 드라마에 빠지면 극중인물에 대한 걱정이 드라마 바깥까지 연장되기도 한다. 스토아철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문제가 생기면 맨 먼저 그 일이 내 통제 범위 안인지 바깥인지부터 살펴라. 바깥일 경우에는 지체하지 말고 걱정을 끊어라.’ 연예인은 하늘의 별들이다. 사는 세상이 다르다. 그들은 나를 모른다. 그들은 나 따위의 걱정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나 따위의 걱정이 그들의 문제 해결에 손톱만큼의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그걸 나도 안다. 그런데 자꾸 그들을 걱정한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운동선수 걱정도 한다. 김연아는 결혼 후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손흥민이 팀내 최저점을 받았다던데. 이정후는 몸값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해마다 3월이면 두 가지 걱정이 추가된다. 목련이 필 무렵이면 나무를 살피며 주 단위 일기예보에 조바심을 한다. 목련이 벙글고 꽃샘추위가 닥칠라치면 ‘좀더 기다리지, 그 새를 참지 못하고 쯧쯧’ 매화의 강단도 없는 주제에 누구의 오지랖처럼 넓은 꽃잎을 단 목련은 이른 봄마다 나를 걱정시킨다. 이 무렵 수영강변을 걸을 때는 오리 떼를 살핀다. 점령군처럼 수영강을 주름잡던 청둥오리들은 늦어도 3월초면 서둘러 떠난다. 그런데 덩치가 작은 쇠오리와 쇠물닭은 겨울이 가는지 봄이 오는지 강기슭에서 지들끼리 유유자적한다. 쟤들이 어쩌려고 저렇게 늑장이지? 가는 길을 알기나 하나? 거기까지 날아갈 체력은 될까? 벚꽃이 피는 시기에 맞추어 소리 소문 없이 떠나고 나서야 내 걱정은 멈춘다. 걱정은 행복의 좀벌레다. 걱정이 있는 한 평정심은 없다. 그런데 나는 쓸데없는 걱정을 사서  하고 있다. 세상에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과 재벌 걱정이라 하지 않던가.(김장훈) 나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사람들은 다 필요 없는 걱정들을 하고 있다. 우리가 평소에 하고 있는 걱정 가운데 의미 있는 걱정은 4%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있었다. 어쩌면 인간은 쓸데없는 걱정을 은연 중 즐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저 쓸데없는 걱정을 걷어내고 나면, 그 자리에 그보다 더 쓸 데 있어 보이는, 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것 같은, 그래서 가슴이 답답해지고 골치가 아파지는, 그런데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진짜 나의 걱정이 그 빈자리를 점령하기 시작한다. 자연은 진공상태를 싫어한다고 했던가. 그렇다. 연예인 걱정은 쓸데없는 짓이 아니다. 나를 나의 걱정으로부터 지켜주는 보호막이다. 그냥 보호막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달콤하기까지 하다. 지상의 미물인 내가 하늘의 별들을 걱정해주고 있다니! 이 얼마나 있어 보이는가. 또 얼마나 근사한가. 그들을 걱정할 만큼 나는 지금 무사태평하다는 얘기가 아닌가. 나를 제쳐두고 그들을 걱정한다는 것은 내가 이타주의자 내지 박애주의자란 얘기가 아닌가. 이에 비해 쓸 데 있어 보이는, 내 주변의 자질구레한 걱정, 이것들은 왜 이다지도 구질구질하고 골치 아픈가. 그래서 나는 결심한다. 턱없이 넓은 나의 걱정 오지랖을 여미지 않겠다고. 돈이 들지도 힘들지도 않으면서 마냥 느긋하고 달콤한 저 걱정들을 왜 멈추겠는가. 시인 성미정은 연예인 걱정의 은밀한 이면을 이미 꿰뚫고 있었다. 김혜수의 행복을 비는 타자의 새벽                                  성미정 잠에서 깨버린 새벽 다시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생뚱맞게 김혜수의 행복을 빌고 있는 건 인터넷 메인 뉴스를 도배한 김혜수와 유해진의 열애설 때문만은 아닌 거지 - 중 략 - 잠 못 이루는 밤이 점점 늘어만 가고 오늘처럼 잠에서 깨어나는 새벽도 남아도는데 몽롱한 머리로 아무리 풀어봐도 뾰족한 답이 없는 우리 집 재정 상태를 고민하느라 밤을 새느니 타자의 행복이라도 빌어주는 편이 맘 편하게 다시 잠드는 방법이란 걸 그래야 가난한 식구들 아침상이라도 차려줄 수 있다는 걸 햇수 묵어 유해진 타짜인 내가 감 잡은 거지 - 하 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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