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산책 송길원  (Homepage) 2023-06-16(금) 08:06:26, 42951

‘생각은 걷는 발의 뒤꿈치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많은 철학자들이 걸으면서 사유(思惟)를 일구어낸 이유다. 실제로 나는 마라톤을 하면서도 메모를 한다. 이래서 발은 ‘운동화를 신은 뇌’라고 한다. 내가 산책과 등산과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다. 그런 내게 삶의 유익은 발을 통해서만 찾아오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 준 글이 하나 있었다. “폭포 소리를 들으면 속된 기운을 씻을 수 있고, 솔바람 소리를 들으면 번다한 마음을 시원하게 할 수 있다. 처마 끝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이런저런 수고스런 번뇌를 멈출 수 있고, 새 울음소리를 들으면 분별하여 이익을 추구하던 생각을 그치게 할 수 있다. 거문고 소리를 들으면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고, 새벽 종소리를 들으면 어지럽던 마음을 깨어나게 할 수 있다. 글 읽는 소리를 들으면 고삐 풀린 생각을 정돈할 수 있고, 독경 소리를 들으면 티끌세상을 향한 마음을 맑게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소리였다. 그 소리를 얻기 위해 나는 요즈음 ‘태초의 산책’을 즐기는 중이다. 태초의 산책이라고? “그 남자와 그 아내는, 날이 저물고 바람이 서늘할 때(‘저녁 산들바람, 선들바람’-공동번역), 주 하나님이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하나님의 음성을 듣고’-개역개정, KJV 흠정역)를 들었다.”(창 3:8, 10, 새번역) 바로 그거다. 수목장에 세워진 K-바이블(성경의 벽) 정원을 걸으면 들려오는 음성이 있다. 온갖 바람이 6770장의 성경판을 흔든다. 그 움직임은 언제나 신비롭다. 성경이 춤을 춘다. 때로는 고요속에 때로는 폭풍 속에서 주님이 말씀하신다. 어떤 때는 속삭임으로 어떤 때는 뇌성소리로 다가오신다. 비로소 잠들어 있던 영혼이 깨어난다. 주님께 주파수를 맞춘다.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 이 매력에 빠져들면 중독도 거룩한 리추얼이 된다. ※ 티벳인들은 신(神)을 만나기 위해 깃발(다르촉, 經幡)을 내건다. 신이 ‘바람 전령(傳令)’으로 깃발을 흔들어 거기 적힌 경전을 읽어주기 때문이라고. 나는 그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듯 하다. ☞ ‘성경의 벽’ 춤추는 성경소리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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