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시즌에 드는 생각 송성수  (Homepage) 2014-12-01(월) 09:01:21, 5831

12월의 첫 날입니다. 이번 한 해를 알차게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아래는 <부대신문> 2014년 12월 1일자로 실린 사설입니다. -------------------- 지난 11월 13일에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었다. 시험공부에 올인한 수험생, 그 (녀)를 도와준 학부모, 모두 고생이 많았다. 수험생들이 좋은 결과를 얻어 이 나라의 동량으로 자라나기를 바랄 뿐이다. 수능이 끝나면서 본격적인 대입 시즌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이번 수능은 소위 ‘물수능’이라 한 문제 차이로 선택하는 대학이 달라진다고 한다. 게다가 출제 오류에 대한 이의제기도 예전 같지 않다. 사교육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수능이 쉽게 출제되고 있는데, 그러한 목적이 잘 달성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출제 오류가 자주 거론되는 것을 보면, 이제 새롭게 출제할 문제가 그리 많지 않다는 느낌도 든다. 혹시 현재의 수능 제도가 더 이상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는 징후는 아닐까? 수능은 글자 그대로 대학수학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다. 그런데 그 취지는 잘 달성되고 있는가? 물리를 예로 들어 보자. 현재의 수능에서 이과 학생은 과학 8개 과목 중에 2개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제도에서 물리를 선택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물리학과나 물리교육과 지원자 중에 물리를 아예 선택하지 않은 학생도 있다. 그들이 대학에 진학에서 제대로 공부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공과대학의 많은 학과(부)들의 경우에도 물리가 필요한데, 물리를 잘 모르는 학생들이 넘쳐 나고 있다. 이른바 대학 신입생들의 기초학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이다. 아예 예전처럼 이과 학생들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모두 보는 것은 어떨까? 과학 4과목을 모두 보는 것은 너무 가혹한가? 현재의 입시 제도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험 과목이 5개든 10개든, 어차피 수험생은 하루 종일 공부하지 않는가? 좀 더 큰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0%에 육박하고 있는 반면, 우리가 잘 아는 선진국들의 경우에는 40% 내외에 불과하다. 전체 인구의 80%가 대학에 가는 것은 지나친 낭비가 아닌가? 정말 학문에 의욕이 있는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이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년 동안 취업한 사람의 임금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임금보다 낮은 상황에서 누가 대학을 선택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경제적 차이도 문제이지만, 대학이 가지는 각종 사회적․문화적 이점도 많지 않은가? 이처럼 대입 제도에는 온갖 문제들이 결부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정말 선진국이 되고 싶다면 대입 제도와 같이 오래되었지만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급하게 할 필요는 없고 차분히 하면 된다. 한꺼번에 할 필요도 없고 단계적으로 하면 된다. 수많은 국민들의 인생과 직결된 대입 제도를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이를 감당할 리더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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