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칼럼] 산업혁명의 계보를 찾아서 송성수  (Homepage) 2016-05-12(목) 10:50:51, 10427

<국제신문> 2016년 5월 12일(목) 인문학 칼럼입니다. <산업혁명의 계보를 찾아서> 정보화 뒤 지능화 시대, 4차 혁명이라 일컬어 낙관·비관 교차하지만 대응 잘하면 미래 밝아 지난 3월에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이 있었고, 지금도 이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전개되고 있다. 자주 거론되었던 것처럼 이세돌과 알파고는 인간과 기계를 상징하는 존재인가? … 아니면 단지 바둑계와 구글 그룹을 대표하는 선수에 불과한가? … 어쨌든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폭증하면서 인류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지난 1월에 개최된 세계경제포럼, 즉 다보스 포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포럼은 독일 출신의 경제학자인 슈밥(Klaus Schwab)이 1971년에 창립한 것으로 세계 경제가 직면한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의견을 교환하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2016년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였다. 제4차 산업혁명을 촉발하고 있는 기술로는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무인자동차 등이 거론되었다. 이와 함께 제4차 산업혁명으로 향후 5년 동안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반면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낼 일자리는 200만 개에 불과하다는 전망도 제시되었다.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우리는 대략 1760년부터 1830년까지 전개된 영국의 산업혁명을 떠올린다. 산업혁명이란 용어는 1884년에 발간된 토인비(Arnold Toynbee)의 유고 <18세기 영국 산업혁명 강의>에서 비롯되었다. 이어 1906년에 프랑스의 역사학자 망뚜(Paul Mantoux)에 의해 <18세기의 산업혁명>이 출간됨으로써 산업혁명은 학술적 용어로 정착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술로는 아크라이트의 수력 방적기와 와트의 회전식 증기기관을 들 수 있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와 영국의 산업혁명과는 다른 또 하나의 산업혁명이 식별되었고, 그것은 ‘제2차 산업혁명’으로 칭해졌다. 제2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는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사회학자인 게데스(Patrick Geddes)가 1910년에 발간한 <도시의 진화>에서 처음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제2차 산업혁명은 미국의 유명한 경제사학자인 랜디스(David Landes)가 1969년에 발간한 <자유의 몸이 된 프로메테우스(The Unbound Prometheus)>를 통해 학술적 용어의 지위를 얻었다. 제2차 산업혁명의 시기는 대략 1870년부터 1920년으로 간주되며, 이를 대표하는 기술로는 에디슨의 백열등과 포드의 모델 T가 거론되고 있다.   제2차 산업혁명이 학술적 용어로 정착하면서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은 ‘제1차 산업혁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보면, 제1차 산업혁명과 제2차 산업혁명은 모두 서구의 산업화를 지칭하는 용어라 볼 수 있다. 제1차 산업혁명이 영국의 산업화를 뜻한다면, 제2차 산업혁명은 독일이나 미국과 같은 후발국의 산업화를 의미하는 셈이다. 제1차 산업혁명이나 제2차 산업혁명과 달리 제3차 산업혁명은 널리 정착된 용어가 아니다. 2016년의 다보스 포럼에 따르면, 제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혁명 혹은 정보사회의 도래를 의미하며 그 시점은 1960년대로 볼 수 있다. 제3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벨(Daniel Bell)과 토플러(Alvin Toffler)를 비롯한 몇몇 미래학자들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탐지한 바 있다. 벨은 1973년에 <탈산업사회의 도래>를 선보였고, 토플러는 1980년에 <제3의 물결>을 발간했던 것이다. 사실상 벨의 탈산업사회나 토플러의 제3물결은 정보사회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아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제3차 산업혁명에는 다른 어법도 있다. 가령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리프킨(Jeremy Rifkin)이 2011년에 출간한 <제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 기술과 재생에너지의 융합에 주목하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제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고 있다. 다보스 포럼을 따라 제3차 산업혁명과 제4차 산업혁명을 구분한다면, 전자는 정보화, 후자는 지능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정보화가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연결을 의미한다면, 지능화는 여기에다 생물학적 세계가 추가되는 양상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기계가 인간과 같은 생물체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진화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정보사회를 처음 주창한 사람들의 논의에서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제4차 산업혁명의 경우에는 낙관적 전망과 비관적 전망이 교차하고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제1차 산업혁명과 제2차 산업혁명이 역사학자들의 용어라면 제3차 산업혁명과 제4차 산업혁명은 미래학자들의 용어라는 점도 흥미롭다. 미래학은 영어로 ‘futures studies’로 표기된다. 이것은 하나의 미래가 아니라 다양한 미래가 존재할 수 있으며, 하나의 학문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이 관여해야 한다는 점을 함축하고 있다. 그렇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래 사회의 방향이나 양상은 이에 대한 이슈를 투명하게 제시하고 그것을 슬기롭게 풀어가는 인간의 태도와 능력에 달려 있는 것이다. ☞ `국제신문 인문학 칼럼` 바로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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