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과학의 본성과 과학철학 송성수  (Homepage) 2016-09-06(화) 14:03:13, 10383

송성수, <과학의 본성과 과학철학> (생각의 힘, 2016)이 발간되었습니다. 목차와 머리말, 그리고 몇몇 예문을 첨부합니다. [목차] 1. 과학의 본성에 관한 아홉 가지 이야기 2. 과학의 가치와 목적 3. 과학지식의 체계 4. 과학적 방법의 유형 5. 과학철학의 시작, 논리실증주의 6. 포퍼의 반증주의 7. 쿤의 패러다임 이론 8. 라카토슈, 파이어아벤트, 라우든의 과학철학 9. 사회구성주의의 도전 10. 실험으로의 전환 11. 과학의 본성을 찾아서 참고문헌 [머리말] 과학의 본성(nature of science, NOS)에 관한 물음은 “과학이란 무엇인가” 혹은 “우리는 무엇을 과학으로 간주하는가”로 표현될 수 있다. 전자(前者)는 과학이 인간의 인식과는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다는 인상을 주는 반면, 후자(後者)는 과학이 인간의 인식을 통해서만 존재한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과학철학의 교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차머스(Alan F. Charmers)의 책이 “우리가 과학으로 부르는 이것은 무엇인가(What is this thing called science?)”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과학의 본성에 관한 물음은 “과학과 비(非)과학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로도 표현될 수 있다. 과학인 것과 과학이 아닌 것 혹은 과학으로 여길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함으로써 과학의 본성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과학철학에서 구획 문제(demarcation problem)로 불리며, 과학사회학에서는 경계 작업(boundary work)으로 칭해지고 있다. 구획 문제에 대한 논의는 과학과 비과학을 구별할 수 있는 논리적 기준이나 개념적 틀을 찾고 있는 반면, 경계 작업에 관한 논의는 과학과 비과학을 나누는 것 자체가 이해관계나 협상의 산물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본성에 관한 모든 물음이 그렇듯이, 과학의 본성에 대해서도 어떤 관점에서 과학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매우 다양한 견해가 제시될 수 있다. 과학의 본성은 과학의 가치와 목적을 통해 접근할 수도 있고, 과학지식이나 과학적 방법과 같은 과학의 구성요소 혹은 측면을 통해 논의할 수도 있다. 또한 과학의 본성은 그것을 주요한 주제로 삼아온 과학철학에 대한 논의를 매개로 고찰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과학의 인식적 성격을 넘어 과학의 사회적 성격이 강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과학의 본성에 관한 물음은 과학철학을 통해 집중적으로 제기되어 왔지만, 과학사, 과학사회학, 과학교육학 등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방해 왔다. 이와 같은 다양한 학문적 논의를 바탕으로 과학의 본성에 대한 여러 관점을 검토해 보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소박한(?) 취지이다. 그것은 우리가 코끼리의 다양한 부위를 만져 보면서 코끼리의 실체에 접근하는 작업에 비유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필자의 개인적 상황과도 연관되어 있다. 필자는 2007년부터 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의 전공선택 과목인 <과학사 및 과학철학(History and Philosophy of Science, HPS)>을 담당해 왔다. 과학사 전공자인 필자로서는 과학철학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며, 게다가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과학교육과 연결시키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어느새 강의노트가 하나둘씩 쌓이면서 이제는 어설프게나마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함께 가르치면서 이와 관련된 과학교육의 논점도 다룰 수 있게 된 것 같다. 2014년에는 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 김영민 교수님께서 주도하신 ≪과학교육학의 세계≫의 제2장을 집필했고, 이번에 이를 대폭 보완하여 새로운 책자로 발간하게 되었다. 책을 준비하면서 문득 필자가 대학원생 시절에 받았던 수업이 생각났다. 지금으로부터 약 25년 전에 과학철학을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신 장회익 선생님과 조인래 선생님께 고개를 숙인다. 조인래 선생님 덕분에 과학철학의 기본 구조와 핵심 주장을 익힐 수 있었고, 장회익 선생님 덕분에 과학과 메타과학에 대한 사유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과학사, 과학철학, 과학사회학 등을 두루 섭렵한 본보기가 되는 홍성욱 교수님, 그리고 과학철학에 관한 질문을 항상 재치 있게 받아주는 이상욱 교수와 장대익 교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끝으로 필자의 수업에 열심히 참여해 준 부산대학교 학생들과 이번에도 흔쾌히 출판을 허락한 김병준 대표께 감사드린다. [책 속으로] 린네는 왜 포유류에 대한 이름을 지으면서 포유류의 절반에만 해당하고 그것도 한시적인 특징에 불과한 수유 기능을 기준으로 삼았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린네가 살았던 18세기의 사회 분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8세기의 유럽 사회에서는 여권에 대한 담론이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상류층 여성들이 아이를 유모에게 맡기고 사교 활동에 전념하거나 일부 급진적인 여성들은 아예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당시의 지배 집단은 적정한 수의 아이들이 있어야 미래의 노동력과 군사력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인하여 린네는 자신의 분류체계를 만들면서 포유류라는 개념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_1. 과학의 본성에 관한 아홉 가지 이야기, 25쪽 뮐러-라이어 착시(Mu?ller-Lyer illusion) 현상은 관찰의 감각기관 의존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두 선분의 길이가 같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우리 눈에는 화살표가 안쪽으로 향하는 것이 바깥쪽으로 향하는 것보다 더 길어 보이는 것이다. _3. 과학 지식의 체계, 58쪽 러셀은 귀납의 문제를 ‘칠면조 역설’로 희화화하여 표현한 바 있다. 어떤 사람이 칠면조를 기르고 있었다.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 칠면조에게 먹이를 주었다. 이에 칠면조는 ‘주인은 아침마다 내게 먹이를 주는구나’라고 생각했다. 100일째 되는 날 아침, 그날도 여전히 칠면조는 음식을 가져다 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주인은 그날 아침에 먹이를 주기는커녕 칠면조의 목을 잘랐다. 그날이 바로 추수감사절이었기 때문이었다 ---「5. 과학철학의 시작, 논리실증주의」중에서 포퍼에 따르면, 모든 진술이 반증의 시도에 놓이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반증을 해보려 해도 반증할 수 있는 사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반증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진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반증이 가능한 진술과 불가능한 진술을 구분한 후 경험적으로 반박될 수 있는 가능성, 즉 반증가능성 혹은 오류가능성(fallibility)을 가진 진술만이 과학적 진술이라고 규정한다. 포퍼는 과학과 비과학에 대한 구획 기준을 매우 중시했으며, 그 기준으로 반증가능성을 제시했던 것이다. ---「6. 포퍼의 반증주의」중에서 과학의 역사는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커다란 건물 하나를 짓는 과정이라기보다는 그러한 건물을 어느 날 포클레인으로 밀어버리고 그 옆에 새로운 건물을 짓는 과정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과거의 지식기반 중 일부가 손실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그것은 ‘쿤의 손실(Kuhn’s loss)’로 불린다. ---「7. 쿤의 패러다임 이론」중에서 파이어아벤트는 경쟁하는 이론의 우월성을 결정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나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퍼, 쿤, 라카토슈 등이 제시한 과학적 방법론에 도전하면서 과학자들이 사용한 방법은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8. 라카토슈, 파이어아벤트, 라우든의 과학철학」중에서 해킹은 과학철학의 주된 논점이 표상하기(representing)에서 개입하기(intervening)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세기 말만 해도 원자의 존재를 입증할 장치를 만드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표상의 수준에서 실재론을 논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져 그런 장치를 만들 수 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과학자가 실험에 개입함으로써 다양한 존재자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10. 실험으로의 전환」중에서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인문학 칼럼] 학문의 역사에 관한 단상
다음글 :	[펌] 부산대, 제5회 '동남권 CEO/CTO 서포터즈 교류회' 개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