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백과] 인쇄술 - 동양과 서양의 인쇄술을 보는 시각 송성수  (Homepage) 2016-12-29(목) 10:03:39, 12850

위 사진을 클릭하면 `네이버 지식백과` 내용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인쇄술 이외에도 범선, 소총, 증기기관, 백신, 마취제 등이 새로 올라와 있습니다. ^^ ~~~~~~~~~~~~~~~~~~~~~~~~~~~~~~~~~~~~~~~~~~~~~~~~~~~~~~~~~~~~~~~~~~~~~ 인쇄술 - 동양의 목판 인쇄술과 서양의 활판 인쇄술 [요약] 인쇄술에는 목판 인쇄술과 활판 인쇄술이 있으며, 모두 동양에서 시작되었다. 서양에서는 1440년대에 구텐베르크가 활판 인쇄술을 발명했는데, 그의 발명품은 여러 가지 기술이 결합된 일종의 시스템이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폭넓은 식자층의 시대를 열었으며, 근대 사회의 탄생에 크게 기여했다. 동양에서는 19세기 중엽까지 목판 인쇄술이 계속 사용되었는데, 그것은 목판 인쇄술이 활판 인쇄술보다 실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목차] 동양에서 시작된 인쇄술 구텐베르크는 무엇을 발명했는가? 인쇄술이 서양 사회에 미친 영향 동양에서 목판 인쇄술이 계속 사용된 까닭은? 인쇄술은 목판 인쇄술(woodblock printing)과 활판 인쇄술(typographic printing)로 나뉜다. 목판 인쇄술은 글자를 나무판 표면에 새긴 후 잉크를 묻혀 찍어내는 기술에 해당한다. 그것은 많은 수의 복사본을 만들 수는 있지만, 모든 글자를 일일이 새겨야 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활판 인쇄술에서는 활자를 먼저 제작한 후 그것을 조합하여 원하는 문서를 만든다. 활판 인쇄술은 보다 정확한 정보를 생산할 수 있으며, 활자를 해체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그림>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금속활자와 식자용 스틱(composing stick)의 모습 동양에서 시작된 인쇄술 목판 인쇄술과 활판 인쇄술은 모두 동양에서 시작되었다. 목판 인쇄술은 늦어도 8세기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물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이다. 그것은 705년경에 제작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1966년에 불국사 석가탑 사리함 속에서 발견되었다. 중국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은 868년에 인쇄된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이다. 활판 인쇄술은 11세기에 중국의 필승(畢昇)이 처음 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점토를 구워 활자를 만들고 왁스로 판을 짜서 인쇄하는 기술을 고안했다. 그러나 필승의 진흙활자는 서적을 손쉽게 간행할 정도의 유용성을 가지지 못했다. 이후 중국에서는 나무활자와 주석활자가 고안되기도 했지만, 이 역시 기술 부족으로 실용화되지 못했다. 14세기 초에는 왕정(王禎)이 운(韻)에 따라 목판활자를 체계적으로 배열해 필요한 활자를 편리하게 찾아낼 수 있게 한 '회전자판법'을 발명하기도 했다. <그림> 14세기 초에 왕정이 발명한 회전자판법의 개요도 금속활자에 입각한 활판 인쇄술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12세기경에 놋쇠로 금속활자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그것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복(㠅)’자 활자로 입증되고 있다. 금속활자로 만든 문헌으로는 1232년 이전에 찍은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와 1234년경에 발간된 ≪고금상정예문(古今詳定禮文)≫이 꼽히고 있다.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은 1377년에 간행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1877년에 서울에 체류하던 프랑스 외교관이 구입했던 이 책의 하권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프랑스에 유학을 간 한국인 여성 사학자 박병선(朴炳善, 1928~2011)의 집요한 노력 덕분에 다시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직지심체요절≫은 1972년에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인정되었고, 2001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림>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 구텐베르크는 무엇을 발명했는가? 서양에서는 1440년대에 독일 마인츠 출신의 구텐베르크가 활판 인쇄술을 처음 발명했다. 그의 활판 인쇄술은 활자의 모양을 뜨는 방법에서 시작되었다. 우선, 금속 펀치를 사용하여 구리로 만든 막대기에 활자를 새겨 모형(母型, matrix)을 만든다. 모형은 어머니를 뜻하는 라틴어인 ‘mater’에 활용형 어미를 붙여 만들어진 용어이다. 이어 모형을 수동 주조기 밑에 놓고 납, 주석, 안티몬을 섞어 녹인 금속을 붓는다. 이 때 녹인 금속의 온도는 327˚C에 이르는데, 그것이 식어서 굳으면 모형을 들어내고 활자를 떼어낸다. 이런 식으로 구텐베르크는 펀치, 모형, 수동 주조기 등을 이용하여 동일한 금속활자를 여러 개 만들 수 있었다. 특히 그가 납, 주석, 안티몬을 혼합하여 내구성 있는 활자를 제작한 것은 매우 중요한 업적에 해당한다.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인쇄할 수 있는 장치, 즉 인쇄기이다. 흥미롭게도 구텐베르크는 포도주나 올리브유를 만들 때 사용하는 압착기를 떠올렸다. 압착기로 포도에서 즙을 짜는 원리를 적용하여 균일한 인쇄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오늘날 인쇄기를 가리키는 단어인 ‘프레스(press)’도 원래는 압착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에서는 다음의 네 가지 순서로 작업이 이루어진다. 첫째, 활자들을 배열한 금속 인쇄판을 놓고 손잡이가 달린 가죽 인주로 잉크를 바른다. 둘째, 종이를 인쇄판 위에 놓고 덮개를 닫은 다음, 인쇄기 밑에 놓는다. 셋째, 중앙의 나사를 돌리면 활자들이 압착되면서 종이에 글자가 인쇄된다. 넷째, 인쇄기를 들어 올리고 인쇄판을 꺼내서 인쇄된 종이를 떼어낸다. <그림>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를 재현한 모습 이와 함께 구텐베르크는 램프 그을음과 아마 씨 기름을 혼합하여 새로운 잉크를 개발했고, 인쇄기의 압력에 잘 견디면서 잉크를 적당하게 먹는 이탈리아산 종이도 확보했다. 그밖에 그는 활자의 배열, 행간의 조절, 용지의 두께, 잉크의 농도 등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사실상 활자, 잉크, 종이, 인쇄기 등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실험을 할 때마다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났고, 구텐베르크는 이를 해결하는 데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처럼 그가 발명한 것은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기술이 결합된 일종의 시스템이었다. 역사상 성공한 대부분의 기술이 그렇듯이, 구텐베르크의 발명도 서적을 인쇄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 전체를 구축하는 성격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구텐베르크의 작업장에서 처음 생산된 책은 ≪도나투스(Donatus)≫로 알려져 있다. 그 책은 라틴어 표준 문법서로 1450년경에 제작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구텐베르크 성서≫ 혹은 ≪42줄 성서≫는 늦어도 1455년에 완성되었다. 그것은 1,286페이지에 달하는 라틴어 성서를 1페이지 당 42줄로 인쇄한 작품에 해당한다. 1458년경에 제작된 ≪36줄 성서≫와 1460년에 발간된 ≪가톨리콘(Catholicon)≫도 구텐베르크에 의해 인쇄되었을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쇄술이 서양 사회에 미친 영향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덕분에 유럽 사회는 ‘매체의 대폭발’ 혹은 ‘정보의 대폭발’을 경험했다. 이전에는 대략 2개월 만에 1권의 책이 필사될 수 있었지만, 구텐베르크 이후에는 1주일 만에 5백 권이 넘는 책이 인쇄될 수 있었다. 1450년부터 1500년까지 반세기에 걸쳐 유럽 사회에는 8백만 권에 달하는 서적이 쏟아졌다. 1500년 이전에는 2천만 권의 책이 인쇄되었고, 다음 100년 동안은 1억 4천만 권이 넘는 책이 인쇄되었다는 통계도 있다. 1500년까지 인쇄된 서적은 ‘인큐내뷸러(incunabula)’로 불리는데, 인큐내뷸러는 요람 혹은 유아기를 뜻하는 라틴어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곳곳에는 인쇄소가 속속 설립되었다. 1500년 독일에는 약 60개의 도시에 300개가량의 인쇄소가 있었다. 유럽 전체로는 1천 개의 인쇄소에 1~2만 명의 인쇄공이 고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에 서적 유통의 중심지로 부상한 곳은 프랑크푸르트였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12세기부터 견본시(trade fair, 교역을 촉진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설치되는 시장)이 열렸는데, 1480년부터 서적이 공식 상품으로 지정되면서 수많은 서적 판매원들이 몰려들었다. 오늘날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이와 같은 견본시의 직계 후손에 해당한다. 인쇄술을 매개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폭넓은 식자층의 시대가 열렸다. 이러한 경향은 근대 국가의 성립을 배경으로 모국어(vernacular language)를 사용하는 전통이 생겨남에 따라 더욱 촉진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정보를 통치자나 교회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스스로 정보를 해석하면서 기존의 견해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서양 사회가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계기로 작용한 르네상스, 종교개혁, 과학혁명도 인쇄술이 없었더라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인쇄술과 종교개혁은 서로가 서로를 강화하는 관계였다. 종교개혁이 인쇄된 문건의 확산에 의해 지원 세력을 얻었다면, 종교개혁가의 신념은 인쇄술의 확산을 촉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프로테스탄티즘은 각 개인이 스스로 성서를 공부해 그 메시지를 해석하는 것을 중요한 교의로 삼고 있었다. 인쇄된 성서의 보급은 신의 말씀을 신자들에게 직접 전해 주었고 다양한 팸플릿은 종교개혁가의 메시지를 세계 곳곳에 전파시켰다. 마틴 루터(Martin Luther)는 인쇄술을 가리켜 “복음의 전도를 가능케 해준, 신이 내린 가장 고귀하고 끝이 없는 자비의 표식”이라고 찬양하기도 했다. <그림> ‘구텐베르크 혁명’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구텐베르크 성서≫. 2001년에 ≪직지심체요절≫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원래 180부 정도가 인쇄되었지만, 현재 48부가 남아있다. 그림은 1847년에 미국으로 처음 전래된 ≪구텐베르크 성서≫인데, 현재 뉴욕 공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동양에서 목판 인쇄술이 계속 사용된 까닭은? 동양에서는 19세기 중엽까지 계속해서 목판 인쇄술이 사용되었다. 왜 그랬을까? 이에 대해서는 소극적 이유와 적극적 이유를 들 수 있다. 소극적 이유로는 인쇄술의 목적과 기술적 여건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에서는 책을 널리 보급하려는 것보다는 중요한 문서를 정성껏 오랫동안 보관하는 것을 인쇄술의 목적으로 삼고 있었다. 또한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는 활판을 조여 주는 장치, 즉 압축 인쇄기가 발달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한번에 20장 이상을 인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러한 점에서 동양의 활판 인쇄술은 금속활자를 제외하면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림> 서양에서 목판 인쇄술로 작업하는 광경(1568년) 동양에서 목판 인쇄술이 선호된 적극적 이유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동양에서는 목판 인쇄술이 더욱 실용적이었다. 활판 인쇄술에 젖어 있는 우리에게 목판 인쇄술의 실용성이라는 개념은 매우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나 영어의 알파벳은 26자인 반면 한자는 수천 개에 이른다는 점을 상기해 보자. 서구 사회에서는 활판 인쇄를 위해서 수십 개의 활자 주형을 만들면 그만이겠지만, 동양 사회에서는 활판 인쇄용 활자를 수천 개나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더구나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등과 같은 한자의 다양한 글씨체까지 고려한다면, 동양 사회에서는 목판 인쇄술이 활판 인쇄술보다 실용적이었다는 점에 수긍이 갈 것이다. 실용성에는 또 다른 문제가 남아 있다. 그것은 목판 인쇄용 판을 새기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목판 인쇄술에 숙달되어 있는 기술자 집단이 충분히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목판 인쇄판을 새기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16세기에 중국을 방문했던 이탈리아 선교사 마테오리치(Matteo Ricci)는 유럽의 조판공이 2절 크기의 페이지를 금속활자로 짜는 데 걸리는 시간과 중국의 기술자가 비슷한 크기의 목판을 새기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비슷했다고 기록한 바 있다. <참고문헌> 조지 바살라(김동광 옮김), 『기술의 진화』 (까치, 1996). 존 맨(남경태 옮김), 『구텐베르크 혁명』 (예지, 2003). 엘리자베스 아이젠슈타인(전영표 옮김), 『근대 유럽의 인쇄미디어 혁명』 (커뮤니케이션북스, 2008). 유창준, 『한국 인쇄 문화사』 (지학사, 2014). 송성수, 『사람의 역사, 기술의 역사』 제2판 (부산대학교출판부, 2015). [네이버 지식백과] 인쇄술 - 동양의 목판 인쇄술과 서양의 활판 인쇄술 (세상을 바꾼 발명과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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