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백과] [DDT] 영욕의 역사를 가진 살충제 송성수  (Homepage) 2021-07-07(수) 09:13:12, 19328

[DDT] 영욕의 역사를 가진 살충제 DDT는 기적의 살충제로 각광을 받다가 생태계와 인간에 해를 끼치는 주범으로 전락한 영욕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DDT의 폐해는 ‘환경운동의 어머니’로 불리는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1907～1964)이 1962년에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발간하면서 본격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DDT는 1874년 독일 화학자에 의해 처음으로 합성되었지만 살충제로서의 효능이 발견된 것은 1939년이었다. 그 즉시 DDT는 질병을 옮기고 한밤중에 식량을 축내는 해충들에 대항해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수단으로 인정받았다. 발견자인 스위스의 파울 뮐러(Paul Müller, 1899～1965)는 노벨상을 받았다. … 소화기관이나 폐를 통해 천천히 흡수되는 이 물질은 일단 몸속으로 들어가면 대부분 부신, 고환, 갑상선 등 지방이 충분한 신체장기에 축적된다(DDT 자체가 지용성이기 때문이다). 또 상대적으로 많은 양이 간과 신장, 그리고 장기를 감싸고 있는 커다란 보호막인 장간막에도 쌓인다.” <그림 1> 1940년대 후반에 게재된 DDT에 대한 광고. 왼쪽 광고는 DDT가 해충을 효과적으로 박멸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오른쪽 광고는 DDT를 사용하면 쾌적한 주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왜 살충제가 필요했을까? DDT는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의 줄임말이다. 그것은 염소를 한 개씩 달고 있는 벤젠 고리 2개와 3개의 염소가 결합한 형태의 유기화합물이다. DDT는 1874년에 오스트리아 출신의 화학자인 자이들러(Othmar Zeidler)가 독일의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처음 합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DDT의 다양한 화학적 성질에 대해 분석했지만, 살충제로서의 가능성에는 주목하지 못했다. 이에 반해 스위스의 화학자이자 생물학자인 뮐러는 1939년에 DDT를 효과적인 살충제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여러 절지동물의 접촉 독성을 나타내는 DDT의 높은 효과를 발견”한 공로로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림 2> DDT의 분자식과 구조식 뮐러는 1925년에 바젤 대학을 졸업한 후 세계적 제약회사 노바티스(Novatis)의 전신인 가이기(J. R. Geigy) 사에 취직했다. 뮐러가 한창 연구에 매진하던 1920～1930년대는 효과적인 살충제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던 시기였다. 그의 고국인 스위스는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대여서 농작물을 재배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농작물을 갉아 먹는 해충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이유로는 제1차 세계대전과 같은 전쟁의 여파로 전염병이 창궐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몸에는 이(lice)와 벼룩(flea)이 들끓었고, 집에는 바퀴벌레, 모기, 파리 등이 득시글거렸다. 특히 이가 전염시키는 발진티푸스는 무시무시한 죽음의 사자와 같았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지역에서만 발진티푸스에 의해 약 300만 명이 사망했다는 통계도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사용된 독가스도 살충제의 개발에 영향을 미쳤다. 새로운 독가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기존의 살충제들이 유력한 후보 물질로 고려되었고, 전쟁 중에 개발된 독가스가 이후에 살충제로 용도가 바뀐 것도 있었다. 당시에 화학전 부대는 비인간적인 독가스를 평화적인 살충제로 전용한다는 이미지 쇄신책을 내놓기도 했다. 해충을 마치 적군처럼 ‘근절’ 혹은 ‘박멸’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도 전쟁의 영향이라 볼 수 있다. 350번째의 화학물질 뮐러는 1935년에 살충제 연구를 시작하면서 이상적인 살충제의 조건을 작성했다. 첫째, 곤충에게는 독이 되지만 사람이나 포유류, 어류, 식물에게는 무해해야 하고, 둘째, 빨리 작용해야 하며, 셋째, 자극적인 냄새가 나서는 안 되고, 넷째, 싼 값에 대량생산이 가능해야 한다. 이와 같은 네 가지 조건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었는데, 뮐러는 여기에다 두 가지 조건을 추가했다. 다섯째, 이상적인 살충제는 되도록 많은 종류의 곤충에게 효과가 있어야 하고, 여섯째, 한번 뿌리면 오랫동안 작용할 수 있도록 화학적으로 안정되어야 한다.    <그림 3> 살충제의 후보 물질을 탐색하고 있는 뮐러 뮐러는 어떤 연구를 시작하면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몰입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눈가리개를 단 말’과 같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뮐러는 1세제곱미터 크기의 유리 상자를 만들고 그 속에 곤충을 넣은 후, 다양한 화학물질을 분사하여 그 물질이 살충 효과를 지니고 있는지 시험했다. 한 화학물질이 유망해보이면, 그와 관련된 비슷한 물질들을 샅샅이 조사하면서 천연 살충제인 로테논이나 제충국에 대한 대조실험을 실시했다. 이와 같은 실험은 4년 동안이나 꾸준히 수행되었다. 결국 뮐러는 1939년 겨울에 350번째의 화학물질이 자신이 그토록 찾던 이상적인 살충제라는 점을 알아냈다. 그것이 바로 DDT였다. 뮐러는 추가연구를 통해 DDT의 독특한 성질을 밝혀냈다. 기존의 살충제들은 곤충이 먹어야 효과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살충 효과가 나타나는 데에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이에 반해 DDT는 뿌리는 즉시 효과를 보였다. DDT는 곤충이 직접 먹지 않고 단지 몸에 닿기만 해도 효과를 나타내는 접촉성 살충제였다. 그것은 DDT가 물에는 잘 녹지 않은 대신 곤충의 표면을 이루는 지방층에는 잘 흡수되기 때문이었다. 가이기 사는 1940년에 DDT의 살충 효과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고, 1942년부터 DDT가 섞인 살충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DDT의 전성시대 DDT는 사용자들의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대단한 효력을 발휘했다. DDT는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해충을 거의 완벽하게 박멸했으며, 발진티푸스와 같은 질병의 발생률도 수직선에 가까울 정도로 낙하시켰다. 이와 같은 기적적인 효과에 접한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DDT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다른 화학회사들도 앞을 다투어 살충제 연구에 뛰어 들었다. DDT를 비롯한 살충제의 매출액은 1939년 4,000만 달러에서 1954년에는 2억 5,000만 달러로 껑충 뛰었다. DDT의 사회적 지위는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더욱 높아졌다. DDT는 1943년 겨울에 연합군이 점령하고 있던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번지기 시작한 발진티푸스를 잠재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겨울에 창궐한 발진티푸스의 확산을 중단시킨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연합군이 독일의 수용소를 해방시켰을 때 제일 먼저 한 일도 사람들에게 DDT를 뿌리는 것이었다. 사실상 수용소에서 발진티푸스는 인명을 앗아가는 주범으로 악명을 떨쳤다. 예를 들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는 약 3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 중 2/3는 독가스 등을 활용한 처형에 의한 것이었고, 나머지 1/3의 대부분은 발진티푸스에 의한 것이었다.   <그림 4>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몸에 붙은 이를 제거하기 위해 DDT를 옷이나 몸에 직접 뿌리는 경우가 많았다.   DDT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퇴치하는 데에도 큰 성과를 보였다. 사실상 말라리아는 태평양 전쟁 초기의 여러 전투에서 미군이 참패한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맥아더 장군이 “말라리아를 잡지 못하면, 전투에 참여하는 사단 하나당 말라리아에 걸려 병원에 누워 있는 사단 하나, 그리고 병에서 회복 중에 있는 사단 하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러한 상황은 연합군이 군용기를 통해 DDT를 대량으로 살포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급격히 호전될 수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되고 각종 규제가 풀리게 되자 DDT는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농부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DDT와 같은 살충제의 사용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가정주부들은 정원이나 집안의 해충을 박멸하기 위한 ‘전투’에 가담했다. 급기야 미국의 몇몇 주정부는 모기 통제 프로그램(mosquito control program)을 내걸고 DDT를 마구잡이로 살포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살충제 생산량은 1947년 5만 5,800톤에서 1960년 28만 7,000톤으로 무려 5배나 증가했다. <그림 5> 모기 통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DDT를 살포하는 광경(1945년)   DDT는 열대지방에서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데에도 극적인 효과를 보였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말라리아 환자 수가 1943년에 800만 명을 넘어섰던 것이 15년 후에는 불과 800명으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인도에서는 1935년에 1,000만 명 이상의 말라리아 환자가 있었는데, 1969년에는 28만 6,000명의 환자만 보고되었다. 오늘날 세계보건기구(WHO)는 DDT 덕분에 말라리아로부터 1억 명에 달하는 인명을 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DDT의 어두운 그림자 그러나 DDT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우선 곤충들이 DDT와 같은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시작했다. DDT가 대량으로 살포될수록 곤충들은 빠른 속도로 내성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DDT의 효력이 떨어지자 이보다 수십 배나 강한 살충제들이 차례로 도입되었다. 알드린, 디엘드린, 클로르데인, 헵타클로르, 파라티온, 말라티온 등이 여기에 속한다.   뮐러가 이상적인 살충제의 조건으로 추가한 두 가지 사항도 도마에 올랐다. 뮐러는 이상적인 살충제가 많은 종류의 곤충에게 효과가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DDT가 해충은 물론 그 천적마저 죽여 버림으로써 살충제 살포를 중단한 후에는 오히려 해충이 창궐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또한 뮐러는 이상적인 살충제가 화학적으로 안정되어 오랫동안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DDT가 곤충 이외의 다른 야생동물에게도 해를 끼치는 결과를 유발했다. 이러한 점은 1960년을 전후하여 거론된 생물농축(biological concentration) 혹은 생물증폭(biological magnification) 현상과 직결되어 있다. 분해가 잘 되지 않는 오염물질이 생물체 내로 들어올 경우에는 먹이연쇄 과정을 거치면서 그 양이 점점 축적된다는 것이었다. <그림 6> 생물농축 현상에 대한 개요도. 먹이연쇄를 따라 DDT의 농도는 동물성 플랑크톤 0.04ppm, 작은 어류 0.5ppm, 큰 어류 2ppm, 조류 25ppm으로 증가하게 된다. 1950년대 후반의 미국에서는 살충제가 대량으로 살포된 지역에 야생동물이 피해를 입는 사태가 발생해 주민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사람들은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해 수면 위에 떠오르고 주변에서 흔히 보던 새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상당한 불안감을 느꼈다. 특히 봄의 전령사로 사랑받았던 울새와 미국을 상징하는 동물인 흰머리수리의 개체 수가 급감한 것은 미국인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DDT가 곤충 이외의 다른 생명체에 유해하다는 증거는 없다면서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봄이 침묵하는 까닭은? 이러한 상황에서 DDT의 폐해를 널리 알리는 데 헌신했던 사람은 미국의 여성 생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카슨이었다. 그녀는 4년 동안 미국의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피해자들과 과학자들의 의견을 수집한 후 1962년에 ≪침묵의 봄≫이라는 화제작을 발간했다. <그림>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초판. ≪침묵의 봄≫은 카슨의 고발정신, 과학적 지식, 문학적 재주가 한데 어우러진 작품이다. 카슨은 탁월한 저술가답게 ≪침묵의 봄≫을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로 시작했다. “옛날 한때 미국의 어느 산간지방에 생명력을 지닌 모든 사물들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잘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이 있었다. … 그런데 웬일인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길한 그림자가 이 마을을 덮으면서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 이 마을은 어떤 나쁜 마술적 주문에 걸린 것 같았다. 병아리 떼가 원인 모를 병에 걸렸고, 소나 양들이 죽어갔다. 사방이 죽음의 장막으로 덮여졌다. … 그리하여 자연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이상하리만큼 조용해 졌다. 그처럼 즐겁게 재잘거리며 날던 새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 봄은 왔는데 침묵만이 감돌았다. … 이처럼 참혹하게 찌들어진 세계,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침묵의 세계는 어떤 마술의 장난도 아니고 적의 침입 때문도 아니며 바로 인간들 자신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 미국이 수없이 넓은 땅에서 살아 움직이는 봄의 소리를 침묵시킨 것은 무엇일까? 그 이유를 파헤쳐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침묵의 봄≫은 환경정책과 환경운동을 태동시킨 기폭제로 작용했다. 1969년 1월에는 국가환경정책법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여 살충제, 제초제, 살균제 등이 야생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체제가 갖추어졌다. 1970년 4월 22일에는 제1회 지구의 날 행사가 개최되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2천만 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환경문제를 전담하는 연방기구로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이 설립되었다. 결국 미국 정부는 카슨의 소망대로 1972년에 DDT의 사용을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뮐러는 ≪침묵의 봄≫이 발간된 1962년에 은퇴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한때 DDT를 기적의 살충제로 칭송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돌변하여 뮐러를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몰아세웠던 것이다. 뮐러가 1965년에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의 유족들은 “이제야 그가 비난의 목소리로부터 자유롭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심정을 토로했다. [요약] DDT는 1874년에 처음 합성되었으며, 1939년에 뮐러가 이상적인 살충제로 개발했다. DDT는 농작물에 피해를 최소화하고 발진티푸스와 말라리아의 발병률을 크게 저하시킨 일등공신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DDT가 무분별하게 살포되면서 해충이 DDT에 내성을 가지고 익충과 야생동물이 사라지는 문제점이 유발되었다. 카슨은 1962년에 ≪침묵의 봄≫을 발간하여 DDT의 폐해를 널리 알렸고, 그것은 환경정책과 환경운동을 태동시킨 기폭제로 작용했다. ☞ 송성수의 ‘네이버 지식백과’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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