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기를 사는 지혜 송성수  (Homepage) 2009-09-16(수) 11:56:53, 3687

이번 주 금요일(9월 18일)에 부산일보 과학칼럼에 게재될 글입니다. ---------------- 지난 여름에는 폭우가 쏟아졌고, 이번 가을은 무더위로 시작되었다. 단풍이 예년보다 1주 정도 늦을 것이라 하고, 벌초할 때는 말벌을 조심하라고 한다. 몇 년 전부터는 부산에서도 야자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강원도 영월에서 재배한 사과가 맛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구온난화로 상징되는 기후변화의 조짐이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서도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주된 이유는 인간이 내놓은 온실가스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온실가스 대신에 태양의 활동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태양의 활동이 표면의 폭발이나 흑점의 변화로 활발해지면 지구의 기온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태양의 활동보다 온실가스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이러한 점은 1988년에 설립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이 발간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IPCC의 1990년 보고서는 “온실가스의 증가가 만들어낸 효과를 정확히 탐지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1995년 보고서는 “인간이 지구 전체의 기후변화에 영향을 끼친 증거가 있다”는 것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더 나아가 2000년 보고서는 “인간의 활동이 과거 50년 동안의 기온 상승을 유발했다는 새롭고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하였고, 2007년의 보고서는 “사실상 확실하다”는 식으로 강한 결론을 내렸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으로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재생가능 에너지(renewable energy)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태양력, 풍력, 조력 등을 들 수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는 대체 에너지(alternative energy)와는 다른 개념이다. 원자력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가 되지만 재생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원자력은 사고의 위험과 폐기물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서 단기적인 방책은 될 수 있을지언정 장기적인 대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고준위도 아닌 중·저준위 폐기물을 처분하는 장소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숱한 갈등이 빚어졌고 엄청난 비용이 지불되었던 것이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에서 벗어나 재생가능 에너지를 널리 이용하는 것을 “에너지 전환”이라고 한다.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도 있지만, 재생가능 에너지원은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그것을 활용하는 기술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과 덴마크를 비롯한 몇몇 국가들은 이미 상당한 정도의 에너지 전환을 이루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원자력 발전소를 몇 개 더 건설해서 새로운 에너지 수요에 대응한다는 손쉬운 방법보다는 에너지 전환의 관점에서 재생가능 에너지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환경문제에 대한 발상을 전환할 필요도 있다. 에너지 공급의 차원이 아니라 에너지 수요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계산 결과가 있다. 인류가 출현한 후 1850년까지의 에너지 소비량을 100으로 잡을 때, 1850년부터 1950년까지의 에너지 소비량은 100이 되고, 1950년에서 2050년까지의 에너지 소비량은 1,500이 된다는 것이다. 미국인의 경우에 할아버지 세대는 하루에 110kW, 아버지 세대는 하루에 150kW를 썼으나, 현 세대는 250kW라야 하루를 살고, 다음 세대는 하루에 350kW를 써도 모자랄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미국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상태에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여 에너지 공급량을 증가시키는 것에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에너지 수요량 자체를 감소시키는 데 있다. 에너지 소비량에 비례해서 사람의 능률이 향상되고 생활이 윤택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에너지를 많이 쓸수록 자연환경은 더욱 나빠지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적정량의 에너지 범위 내에서 생활하는 방법을 익히려는 의지와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에너지 전환기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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